[오건영의 경제읽기]잭슨홀에서 들려온 이야기
8월22일 밤,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관하는 잭슨홀 미팅에 쏠려 있었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신중한 통화 정책에 무게를 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갈등이 심화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사실상 마지막 잭슨홀 연설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물가보다는 성장의 둔화 대응에 더 높은 비중을 둘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지금까지 파월 의장이 유지해온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파월 의장은 성장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물가 상승을 근거로 신중론을 펼쳐왔다.
최근 부진한 미국 고용지표에서 비친 미국 경기 둔화의 가능성은 조속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반면 파월 의장은 미국의 고용이 부진한 것은 맞지만 이는 경기 침체로 인해 나타나는 노동 수요의 파괴라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을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비롯된 고용의 축소, 즉 노동 공급의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해왔다. 고용 숫자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경기 둔화보다는 이민 감소라는 경제환경 변화가 낳은 이례적 현상으로 본 것이다.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 현실적인데,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지난 4년 이상 인플레이션에서 미국 경제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바, 다시금 관세로 인해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음에 파월 의장은 주목해왔다.
그러나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위험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일시적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언급하고, 공급 감소로 인해 고용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 다소 불안하다며 물가보다는 성장 쪽의 위험이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주장에서 벗어나 향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파월 의장의 연설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환호했다.
그러나 이후 파월 의장은 연설 후반부에서 중장기적인 연준의 통화 정책 프레임워크 변화를 말하면서 단기적 물가 및 성장에 대한 인식과는 다소 다른 시각을 보여주며 2020년 이후 이어져온 평균물가목표제를 폐지할 것임을 선언했다.
2020년은 팬데믹 충격의 한복판에서 물가 상승보다는 일본식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고, 만성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것이라는 공포가 강한 시기였다. 단기 부양책으로 경기가 개선되더라도 2%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감안해 즉각적인 긴축이 뒤따를 수 있기에 지속적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았다.
이에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던 기간을 고려해,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를 상회하더라도 일정 기간 금리 인상을 미루는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2020년 8월 도입된 이 정책은 이듬해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앞에서 처참히 무너지고 만다. 2020년 당시 경제를 둘러싸고 있던 저성장·저물가의 시각에서 벗어나 현재의 물가 및 성장 상황에 집중하는 유연한 물가목표제로 선회할 것임을 파월 의장은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금리 인하의 문을 살짝 열어두면서도, 중장기 영역에서는 기존의 저성장·저물가 상황에서 벗어났음을 반영하며 평균물가목표제에서 벗어나 성장 과열로 인한 물가의 위험에 유연하게 반응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은 눈앞의 금리 인하 기대에 환호하고 있지만, 중기적으로 새로운 프레임워크 아래의 연준 통화 정책은 양방향으로 기존보다 유연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기 및 장기 미국 금리의 변동성 확대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번 잭슨홀 미팅을 통해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라는 문 옆에 살며시 열어둔 또 다른 문으로 볼 수 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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