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왕의 녹차’ 이제는 먹거리로 즐긴다

정희성 2025. 8. 2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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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있는 향토 음식, 관광상품으로 키우자
[4] 마시는 녹차에서 먹는 녹차로

1200년 역사 가진 명품 하동 녹차
커피 소비량 증가 등에 위상 흔들
가루차 활용…다양한 먹거리 생산
郡, 차 음식업소 선정 등 협업 노력
하동별맛축제 개최 녹차 음식 개발

하동 녹차는 '왕의 녹차'라고 불린다.

삼국사기에 '신라 흥덕왕 3년(828년) 12월에 대렴이 당의 사신으로 갔다 오는 길에 차(茶) 종자를 가져와 왕명(王命)에 의해 지리산에 심었다. 차는 선덕여왕 때부터 있었지만 이때 이르러 성하였다'라고 적힌 이 기록으로 하동은 불변의 차 시배지로 인정받았다.

이후 고려시대 때는 왕실에 공물, 즉 세금으로 진상되기도 했다. 이처럼 '왕이 마신 귀한 녹차'라는 콘셉트로 하동 녹차는 명품 브랜드로 널리 알려졌다.

경남 녹차의 80% 이상이 하동에서 생산된다.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 변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밤낮의 기온 차가 높고 오전에 안개가 많아 향이 깊고 감칠 맛과 단맛이 높다.
 

하동군 화개면 정금리에 위치한 정금차밭 모습. 계단식 다원인 정금차밭은 유네스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됐다. 사진=하동차&바이오진흥원


고려시대 문신인 백운 이규보는 하동 녹차(화개차)의 맛이 일품이라 노래했다. 이처럼 1200년의 역사를 가진 명품 브랜드 하동 녹차.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시간이 흘러 녹차의 위상은 커피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하동군은 지역 음식업소 등과 협업을 통해 마시는 녹차뿐만 아니라 가루차(말차)를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 개발을 통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군은 녹차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초 '하동군 인정 차(茶) 음식업소' 7곳을 선정했다.

당시 음식업계 전문가·교수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현장평가를 통해 선정된 차 음식업소는 △밤톨 △여명가든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 △장터국밥 △길스가든더로드101 △티스토리 하동 △찻잎마술 이다.

하동군에 따르면 이중 문을 닫은 찻잎마술을 제외한 6개 업소는 현재도 성업 중이다.

'밤톨'은 우리밀과 프리미엄 버터, 하동말차 등 고급 원재료로 만든 부드럽고 촉촉한 '하동말차 마들렌'이 인기 메뉴다.

하동 악양면 '최참판댁' 촬영지 인근에 있는 오리요리 전문점 '여명가든'에 가면 국내산 오리를 사용한 녹차 오리구이와 양념 오리구이를 먹을 수 있다.

이곳은 현지인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유명 맛집이다. 가정집 분위기의 식당 내부는 토속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녹차 양념을 버무린 녹차 오리구이는 하동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로 감자, 버섯과 함께 구워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오리구이를 먹고 나면 오리기름에 콩나물, 깻잎 등을 넣어 볶아 먹는 볶음밥도 꼭 맛봐야 하는 별미로 알려졌다.

하동 여명가든의 대표 메뉴인 녹차 오리구이.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은 조식으로 하동 녹차 밥을 제공하고 있다. 녹차의 은은한 향을 가득 담은 녹차 밥에 각종 나물, 재첩 등을 섞어 정갈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장터국밥'에 가면 하동 녹차 가마솥 삼색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삼색쌀(강황, 자색고구마, 해초)을 이용해 1인 가마솥에 나오는 삼색 비빔밥과 하동만의 특색을 담은 녹차 나물, 채소를 김가루에 섞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길스가든 더로드101'에서는 하동 말차가루에 고메버터와 캐러멜 시럽을 참가한, 하동녹차샌드를 판매하며 청정 하동에서 자란 녹차를 직접 개어서 만든 하동 지리산 라떼·크림라떼·초코숲·아이스크림·아포가토도 함께 곁들일 수 있다.

'티스토리 하동'에 가면 초코와 아몬드의 맛과 색감, 그리고 하동말차의 고소함과 풍미가 일품인 하동말차 초코쿠키와 말차가루가 들어간 하동녹차양갱이 기다리고 있다.

하동군은 또한 지난해부터 '하동별맛축제'를 열고 하동 말차(가루차) 등 다양한 하동 식재료를 활용한 먹거리 메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축제를 통해 녹차자반 땡초주먹밥, 하동말차 마들렌, 우리밀 하동녹차찐빵, 녹차냉면 등이 소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동군 관계자는 "하동에 방문한 관광객이 녹차뿐만 아니라 녹차로 만든 음식을 맛보고,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성과분석 등 지속적인 관리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희성·정웅교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하동의 로컬 베이커리 '밤톨'에서 말차를 이용해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말차 라떼, 말차 마들렌, 말차 아이스크림, 말차 상투 과자.


하동 밤톨 이가현 대표 "하동의 특별한 맛 전하고 싶어요"

"하동의 특별한 맛으로 전국 1등 디저트 매장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부산이 고향인 올해 서른 살 이가현 대표는 지난 2021년 하동에서 지역 베이커리 '밤톨'을 오픈했다. 밤톨은 지리산 근처에서 난 지역 특산품을 이용해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그는 "하동에 처음 정착했을 때는 솔직히 하동 녹차가 이렇게 유명한지 잘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이 대표가 처음 선택한 지역 재료는 하동 녹차가 아닌 '하동 밤'이었다.

하동 밤은 지리산 자락의 청정한 환경에서 자라 알이 굵고 윤기가 흐르며, 밤 고유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속이 꽉 차 있고 조직이 단단해 씹는 맛이 좋으며, 저장성이 뛰어나 오랫동안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

이가현 대표는 "하동이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특화된 상품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하동 밤을 가지고 '밤파이'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가 만든 밤파이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밤파이 덕분에 밤톨은 하동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줄 서는 맛집'이 됐다.

이가현 대표는 2022년 비로소 하동 녹차에 눈을 떴다.

그는 "시간이 흐른 후 하동에서 녹차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하동 하면 화개장터, 녹차 등이 손꼽힌다. 하동에 오면 녹차와 관련된 제품을 먹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하동 밤에 이어 두 번째로 하동 말차(가루차)로 빵과 아이스크림, 라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말차(抹茶) 또는 가루차는 1차 가공(제다 製茶)된 녹차를 분쇄해 가루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녹차를 말한다.

밤톨에는 다양한 종류의 빵과 음료가 있지만 말차를 이용한 제품은 말차 마들렌, 말차 아이스크림, 말차 상투 과자, 말차 라떼 등 네 가지다.

물론 밤톨의 대표 메뉴인 밤파이 인기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그래도 찾는 관광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가현 대표는 "말차를 이용한 제품을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하동은 녹차가 유명해, 매장을 찾는 분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가현 대표가 하동에 정착할 당시 나이는 26살에 불과했다. 하지만 4년 만에 그가 운영하는 밤톨은 하루에 200~250여 명이 방문하는 '하동군 공식 핫플레이스'로 성장했다. 그 비결은 이가현 대표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마케팅 노력, 그리고 여기에 이 대표 부친의 역할도 더해졌다.

이 대표의 부친은 일본 동경제과학교 출신으로 30년 경력의 파티시에(제과사)다. 일본 갸토루제과점, 부산 보노베리 타르트를 거쳐 지금은 밤톨에서 레시피 개발과 직접 제조를 맡고 있다. 이 대표의 부친은 하동으로 귀촌해 딸의 일을 돕고 있다.
 
밤톨 이가현 대표가 녹차 아이스크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밤톨의 성공에 힘입어 새로운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매장은 녹차 디저트 제품 전문 매장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녹차 재배 농가, 하동차&바이오진흥원을 거쳐 말차를 받고 있는데 일본 우지 말차 못지않게 품질이 좋다"며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 말차 관련 제품들을 더 다양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이가현 대표는 "밤톨은 지역의 농산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저트를 통해 지역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독창적인 디저트는 하동 여행의 기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고객과 지역, 그리고 자연을 연결하는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장하겠다. 녹차는 대중적으로 발전했지만 말차를 이용한 빵 등 디저트는 그만큼 유명하지 않다. 밤톨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글=정희성·사진=정웅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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