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신탁사에 발등…허위분양 피해자 분노
해약시 환불 불가 조항…'난항'
경찰, 신탁사 연루 여부 수사 진행

"부지도 없는 아파트를 짓는다고는 생각도 못했고, 유명 신탁사가 자금을 관리하니 안전할 거라 믿고 전 재산을 맡겼는데 이제 어떡하나요?" <인천일보 2025년 8월27일자 6면 등>
화성시 병점역 인근 1000세대 규모 민간임대아파트 분양 계약 피해자인 70대 A씨는 27일 인천일보에 이같이 토로했다.
무주택자인 그는 지난해 10월 해당 아파트 시행사 측으로부터 1차 계약금 3000만원, 2차 3000만원을 한번에 내면 페이백 400만원과 로열층 혜택을 준다는 말을 믿고 총 6000만원을 일시불 납부했다.
그러다 의심이 들어 환불을 요구해 지난 4월 환불 확약서까지 받았지만 이후 시행사와 연락은 두절된 상태다.
피해자 1인당 평균 피해액이 2500~3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A씨는 두 배 가까운 금액을 잃은 셈이다.
A씨는 "시행사를 거치지 않고 신탁사 계좌로 직접 송금했는데도 신탁사는 '시행사가 관련 서류를 접수해야만 환불할 수 있다'며 사실상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안전장치라던 신탁사가 오히려 방조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 상당수도 분양대행사로부터 '나라가 망해도 신탁사는 안 망한다'는 말을 믿고 계약금을 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들이 제시한 계약서를 보면 예금주는 B 신탁사로 기재돼 있었지만 신탁사 선정 조항에는 '을(회원) 모집 관련한 일체 책임은 시행사와 갑에게 있으며 자금관리 대리사무를 맡은 신탁사는 모든 책임에서 면책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 일부 금액은 해약 시 환불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어 사실상 환불이 어렵게 설계돼 있었다.
지난 4월 피해자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시행사 대표 등 14명을 사기 등 혐의로 입건, 이들이 '10년 임대 뒤 분양 전환'을 내세워 528명으로부터 총 85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신탁사 연루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B 신탁사 측은 내부 절차에 따라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신탁회사가 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장치처럼 홍보되지만 실제로는 계약 구조나 임차인 보호 장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름만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 신탁사 공모 여부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관리자로서 고지·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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