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박스쿨 추천도서’ 여전히 빌릴 수 있다
道 공공·학교도서관 대출 가능
‘이승만 건국대통령…’ 다수 비치
검색 시스템에 초교 81곳·143권
교육청 “파악 끝내… 처리 미정”

극우 성향 역사교육 단체 리박스쿨이 추천한 일부 어린이 도서가 현대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광주광역시 등에서 폐기 조치가 이뤄진 반면, 경기도 내 공공·학교도서관에서는 여전히 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도내 공공·학교도서관 현황을 파악한 결과, 리박스쿨 추천 도서로 꼽혔던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가 다수 비치돼 있었다.
공공도서관 기준 인구 100만 이상 특례시 가운데 화성시와 용인시는 각각 10권·22권을 보유했고 수원시와 성남시, 고양시는 조회되지 않았다.
교육부의 학교도서관 종합검색 시스템 ‘도서로’에서도 도내 81곳의 초등학교에서 총 143권을 보유 중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가장 많은 곳은 고양시 Y초등학교로 7권을 비치하고 있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일부 지자체는 역사 연구 기관의 판단을 근거로 열람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국사편찬위원회의 판단을 참고한 조치였으며 지난주께 검색 노출 제한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국사편찬위 관계자도 “지난달 초 한 국회의원실 요청에 따라 해당 도서를 검토했고 일부 역사 왜곡이 있다는 답변서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의 이름을 따 설립된 역사교육 단체로 이 책 등을 교육용 추천 목록에 포함시켜왔다. 특히 이 책은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제주 4·3과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거나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선 치료’에 빗대는 등 역사 왜곡적인 서술이 담겨 있어 여당 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반면 이 책을 출간한 보담 출판사는 “도서는 독립 제작된 것으로 리박스쿨과 무관하다. 진영 논란으로 휩쓸린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도서관 내 도서 폐기는 신중해야 하며 도서관 자체 판단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논평했다.
공공도서관 도서 폐기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일부 학부모 단체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내용을 문제 삼아 학교 도서관 퇴출을 주장했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론이 나오며 옹호받았다. 문학 작품을 감정적 불편함을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문학은 해석과 감수성의 영역인 반면, 역사서는 객관적 사실 검증과 공적 책임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동 독자는 이를 비판적으로 걸러낼 능력이 아직 부족해 왜곡된 내용을 그대로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화성시에 거주하며 자녀를 키우는 정모(30대)씨는 “SNS에도 역사 왜곡 정보가 많아 걱정인데 도서관에까지 이런 책이 비치돼 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도서 보유 현황 파악을 마쳤고 교육감 보고를 앞두고 있다”며 “처리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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