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헌법소원 1년…“정부·국회가 책임 회피”
“제 눈에 비친 지난 1년은 나라의 혼란 속에 우리의 미래가 철저히 외면당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해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으로 헌법재판소에 섰던 김한나양(성남 당촌초 4학년)에게 지난 1년은 어른들에 대한 실망의 연속이었다. 그는 “헌재는 국가가 미래세대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가질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청소년·시민·아기 기후소송과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청구인과 변호인단은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헌재의 기후소송 결정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세대를 위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을 촉구했다.
헌재는 지난해 8월29일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까지만 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해야 하고, 미래세대에게 감축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책임을 인정했다. 정부는 2031∼2049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내년 2월 말까지 법제화해야 한다. 헌재 결정은 기후위기로부터의 보호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한 아시아 최초의 결정으로 주목받았다.
정부와 국회는 움직이지 않았다. 제출 시한이 임박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다음달 감축목표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라면서, 미래세대 등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장은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은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공동체 의사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시민과 당사자들은 배제됐다”고 했다.
청소년기후소송 청구인 김서경씨는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말라’는 헌재 주문은 나중에 준비하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지금 당장 위험을 줄이지 않으면, 현재 세대가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겪게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예측할 수 없는 기후재난에 노심초사하지 않고, 기후위기 없는 세상에서 당당히 농사짓고 싶다”고 했다.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법률가 211인은 “정치 참여가 제한돼 있는 미래세대 등 다양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필수요소”라며 “국회와 정부가 투명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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