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교육 조장하는 수능시험 제도적 교정 시급하다

국민 10명 중 8명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방지법’ 제정을 지지했다. 26일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를 통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약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능 킬러 문항 방지법 제정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76.3%가 수능 킬러 문항 방지법 제정에 찬성한 것이다. 반대의견은 18%에 그쳤다.
킬러 문항은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문제로 경기도 내의 모 영재고 화학교사는 지난달 월간지 ‘화학세계’에 투고한 글에서 “단언컨대 전국 경시대회 화학부문 대상을 받은 사람은 물론 국제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 딴 사람도 수능 화학에서 만점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사걱세는 2025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에서도 3개의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불수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할 때마다 교육당국이 난이도 조절을 운운했지만 킬러 문항은 여전하다. 변별력 평가를 위한 난이도 조절은 불가피하나 너무했다. 킬러 문항은 공교육정상화법에서 정한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 있어 교육부도 적극 대처를 못한다. 더욱 딱한 것은 한국의 수능시험이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기량을 체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수능 본래의 취지인 폭넓은 사고력 평가는 사라진 지 오래다.
문제가 터무니없이 어려울수록, 문제풀이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수록 학원들은 매출이 증가해 쾌재를 부른다. 학교 수업만으로 대비가 어려울 수밖에 없어 수험생들을 사교육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7.7%(2조1천억원) 증가했다. 1년 사이에 학생수는 521만명에서 513만명으로 8만명이나 줄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늘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7만4천원으로 전년보다 9.3% 증가했다. 근래 내수부진 장기화로 경제성장률이 게걸음 중인데 사교육산업만 나 홀로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무자식 상팔자’란 말을 실감한다.
지난 1월 감사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해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 목표 정답률보다 낮은 문항, 적정 풀이 시간을 초과하는 고난도 문항 등을 지속적으로 출제해 왔다고 지적했다.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관련 법령 손질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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