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모두가 지금에 산다

경기일보 2025. 8. 2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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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7월15일은 '백중(百中)'이라는 세시풍속이 있는 날이다.

농경사회에서 무더운 여름 동안 휴식을 취하고 곳간에 쌓아 뒀던 음식을 먹으며 가을의 추수를 기다리던 우리의 옛 전통이지만 지금은 어떤 날이며, 왜 있는지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백중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불교만의 전통으로 이끌어 지금까지도 백중 기도의 법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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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 스님 조계종 교육아사리

음력 7월15일은 ‘백중(百中)’이라는 세시풍속이 있는 날이다. 농경사회에서 무더운 여름 동안 휴식을 취하고 곳간에 쌓아 뒀던 음식을 먹으며 가을의 추수를 기다리던 우리의 옛 전통이지만 지금은 어떤 날이며, 왜 있는지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백중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불교만의 전통으로 이끌어 지금까지도 백중 기도의 법회를 열고 있다.

불교에서의 백중은 ‘百中’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百衆’이라고 해 모든 중생에게 공양을 베푸는 의미로 법회를 한다. 살아있는 지금의 우리와 더불어 우리를 있게 해준 부모와 인연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 모두가 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하길 바라는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찰에서 이 시기에 백중과 우란분절 법회를 봉행한다. 백중 법회에서는 부모를 비롯해 우리와 인연된 모든 떠나 보낸 영가들을 위한 제사와 그들이 불교적으로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좋은 윤회의 삶을 받아 나아가길 바라는 천혼(薦魂)의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우란분절은 산스크리트어의 ‘우람바나(ullambana)’를 음사한 ‘우란분’을 절기로 둬 ‘盂蘭盆節’이라 한 것이다. 즉, 다른 의례와 달리 우란분절은 민중의 절기로 삼았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깊이 신앙됐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전통의례다. 이 우란분절에는 부처님의 제자인 목련존자와 그의 어머니에 관한 설화를 담은 ‘목련경(目連經)’이 그 배경이 된다.

존경받는 수행자인 목련존자를 아들로 둔 그의 어머니는 다른 수행자들이 목련보다 수행이 낮고 부족한 이들이라 무시하며 많은 업보를 쌓았고 죽은 후 그 업에 의해 지옥에 떨어져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목련은 가슴 아파하며 부처님께 어머니를 구제해 주시길 간청드리지만 부처님께서는 자신의 업에 의한 과보를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하신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공양을 베풀고 지극한 마음으로 업보를 참회하면 조금씩 그 삶이 나아질 것이라 가르쳐 주셨고 목련은 그 가르침대로 매년 우란분절에 많은 이들에게 공양을 베풀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려 그 공덕으로 어머니를 지옥에서 아귀로, 다시 개로 윤회하게 이끌었고 끝내는 도리천궁에 태어나게 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드린다. 이처럼 우란분절은 바로 자신의 부모님에게 불교적으로 효행을 해드리는 날로 혹시라도 사후에 어려움을 겪으실지 모르는 부모님을 생각해 기도를 올리는 법회다.

불교는 무아(無我)를 말하는 종교이지만 지금의 자신을 진아(眞我)라고 해 인연들과 더불어 존재한다고 여긴다. 그렇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건 부모와 인연들이 우리와 함께해줬고 지금도 함께하는 덕분이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오늘 하루지만 부모님과의 소중한 인연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기억함으로써 새롭게 맞이하는 가을의 문턱에서 감사한 시간을 스스로 만들고 행복한 지금에 모두와 함께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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