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진심 전하다 보면 지역에서도 멋진 문화 만들겠죠 [지역에 사니다]

주성희 기자 2025. 8. 2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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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진주 인디가수 신주현

초등학생 때 기타 연주자보고 코드 따라하다
이제는 직접 노래하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로

지난해 11월 첫 앨범 '나의 이름' 발매
"지역만의 문화 만들고자 기획 공부로 진학 결정"
진주에서 인디가수로 활동 중인 신주현. /주성희 기자

필기구를 책상 위에 펼친다. 기타를 들고 의자에 앉는다. 이런저런 멜로디를 기타로 연주한다. 연상되는 감정이 떠오르면 글로 받아적는다. 기타를 잡고 이 작업을 반복한다. 이렇게 노래 한 곡이 만들어진다.

"매일 보는 창밖의 풍경은 조금씩 뒤틀리고요/타본 적 없는 기차의 차창처럼요/자라나는 어른들은 어딘가 아파 보여요/다들 그렇게 솜털을 뽑는 건가요" ('빛바랜 방' 중)

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디가수 신주현(22)이 작업하는 방식이다. 비가 많이 와 선선하기까지 하던 어느 날 진주 카페 목요일오후네시에서 그의 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디음악에 빠지다 = 신주현이 음악에 빠진 건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여성 아이돌 그룹 투애니원과 기타연주자 정성하의 협연 영상을 보고 기타에 관심을 두게 됐다. 중학교 1학년쯤 홈레코딩 수업에서 코드 3개로 멜로디를 바꾸는 실험을 해보았다. 제법 들을 만한 음악이 나오기에 여러 친구에게 찾아가서 들려주기도 했다.

특히, 인디가수 김사월의 활동을 눈여겨보며 시야를 넓혔다. 당시 기획부터 음악 모음집(앨범) 제작까지 직접 해내는 김사월을 동경했다.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다니던 제천간디학교에는 졸업 전 인턴십 과정이 있다. 사회에 완전한 들어서기 전에 경험하는 교육 과정이다. 음악을 유통하고 전달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자 했다. 음악에서 문화로 확장하는 일에 관심이 있던 신주현은 서울에서 인디가수들이 북적이는 홍대 '제비다방'으로 갔다. 음악회사이면서 공연장인 그곳의 기획팀에서 일했다. 축제 기획 보조를 맡고, 경영도 경험했다. 특히 서울, 강원 강릉, 울산, 경북 울릉 등에서 공연 기획을 하는 프로젝트에서 참여하면서 지역에서 공연 기획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6개월 간 인턴십을 끝내고 2021년 고향 진주로 왔다.

소중한 감정을 노래로 연결해 = 이제 신주현은 진주를 중심으로 경남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기가 부를 노래를 직접 쓰는 싱어송라이터(singer song writer)다. 그의 가사는 무대에서 더 빛을 발한다. 2일 창원국제사격장 입구 옆 카페 어라운드텐 앞마당에서 '9.5회 여기 스테이지'가 열렸다. 마지막 무대에 올랐던 신 가수는 자기가 지은 노래로 관객에게 말을 걸며 작은 위로를 건넸다. 

신주현은 "감정을 소중하게 여긴다"면서 "감정을 말로 꺼내면 규정되고, 때론 그 감정으로부터 멀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감정을 음악과 노래로 표현하고 그의 노래는 자아 성찰의 시간이 된다.

고민을 오랫동안 다듬던 그는 "결국 내 이야기를 하고 싶고, 듣는 이에게 말을 걸면서 서로가 감정으로 연결됐다는 걸 알아채고자 한다"라고 자신의 노래를 설명했다. 기타를 잡는 것부터 음악 모음집을 발매할 때까지 그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일관됐다.
2일 창원국제사격장 입구 옆 카페 어라운드텐 앞마당에서 열린 '9.5회 여기 스테이지'에서 마지막 무대에 선 신주현. /주성희 기자

진주에서 소소한 공연이 자주 열리는 음악펍 '스테이지 우산'을 찾았다가 좋은 기회로 첫 공연을 치렀다. 이후 우산 스테이지 운영자들이 그에게 음악 모음집을 내보라고 권유했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다는 좌표를 찍고자 첫 음악 모음집(EP)〈나의 이름〉을 냈다.

모음집 제작은 기존에 창작했던 노래를 녹음하는 일에서 그치지 않았다. 모음집에는 4곡이 담겼는데, 자신이 만든 곡 중에서 담을 노래를 선정하고 다시 부르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다. 신주현은 "프로듀서는 내가 노래하던 목소리에서 꾸미는 소리를 덜어낼 것을 주문했는데 쉽지 않아 고생했다"면서 "미리 준비했더라면 완성도 높은 모음집을 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음악 모음집 제작 경험으로 그는 이제 평소 노래하는 목소리와 말하기 목소리가 다른 부분까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노래할 때 소위 예쁜 목소리를 내려고 했다"며 "이젠 자연스럽고 나다운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첫 음악 모음집에 수록된 4곡을 제외하고 아직 발매하지 않은 9곡이 더 있다. 하지만, 이 곡들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내보내면 되겠다 싶을 때, 모음집을 발매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진주 남강을 걸으며 인터뷰 하는 인디가수 신주현. /주성희 기자

제대로 된 공연 기획, 지역에서 펼칠 것 = 신주현은 늘 '진주에서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없을까' 생각했다. 어찌보면 이는 자신 같은 공연 기획자를 꿈꾸는 이에게 기회이기도 했고, 실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지역에 있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무엇보다 진주가 좋았다. 단지 고향이라서가 아니었다. 진주의 아름다운 풍경부터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일들이 그를 설레게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헌책방이자 독립서점인 동훈서점에서 진행한 토크쇼 겸 공연 '신주현의 낯선 세상'이다.

"진주에 있는 재미난 움직임들, 청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여기저기 발을 들이던 때에 동훈서점 사장이 책방에서 공연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첫 행사는 그의 생일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공연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40여 명의 관객이 찾아왔다. 그러자 이걸 정기적으로 해보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장소도 동훈서점뿐 아니라 카페 목요일오후네시와 당시 작업실이 있던 망경동 등 진주 곳곳에서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장소와 출연진 섭외부터 토크쇼 구성안을 짜는 일은 한 달로 부족했다. 그러다 6회차를 치르고 나서 뭔가 행가의 의미를 잃고 있다고 느꼈다. 신주현는 "기획다운 기획을 못 했다는 아쉬움이 쌓였고, 진정성있게 다가가지 않는다고 여겨졌다"며 "모음집 작업과 여러 고민이 겹쳐 잠정 중단했다"고 말했다.

기획자로서 신주현은 출연진의 음악을 나열하는 공연을 선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공연을 어떻게 담고 내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 결국 기획을 제대로 배워야겠더라"면서 "공연기획, 예술경영 등을 전공하고자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진주 인디가수 신주현의 첫 음악 모음집(앨범) 〈나의 이름〉 표지. /신주현

그가 하는 노래와 공연에는 의미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주현은 그에게 맞지 않는 요구를 하거나 공연기획 의도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되레 자기를 섭외하려는 이유를 물어본단다. 자신의 음악이 진정 필요하고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에 서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도 신주현은 책상에 앉아 공연기획으로, 작사·작곡한 노래로 진주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악보를 그려본다. 그 노래가 우리에게 닿으면 지역의 예술 한 음, 문화 두 음이 될 것이다.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