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향기] 디케의 손

박일만 2025. 8. 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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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예리한 칼이
하늘을 배경 삼아 빛을 뿜는다

언제나 수평의 저울이
땅의 중력으로 기울기를 견뎌낸다

오른손이 허공을 재단하면
정의의 힘이 형상화되고
왼손이 저울추를 흔들면
기준의 씨앗들이 땅 위에 퍼져나간다

두 눈은 가렸으나 냉철함은 상영되고
마음으로 보라! 외치며
공평무사를 다듬어 삶의 형체를 그려낸다
감은 눈이 오히려 밝아지는

사사로움은 애초부터 없어야 하리
선입견이 부풀려놓은 거품도 꺼진 지 오래
하여
눈과 귀에 와 닿는 두려움은 이미 무색해졌다

정의와 불의가 경계를 짓고
참과 거짓이 몸을 섞어 덤비어도 다 알아채는
편향된 감각에 빠지지 않는 손
그러므로 양손은 기꺼이 형평에 다다른다

사물과 현상을 편견 속에서 건져내어
두루 살피다 보면 곧장 짚어지는 오류들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믿지 않으며
늘 꼿꼿이 서서 펼치는
두 손은
그리하여 날개처럼 가볍다

칼과 저울은 서열을 다투지 않는다

*디케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박일만 시인

2005년 '현대시' 등단
수상 '송수권시문학상', '나혜석문학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외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수원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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