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기업 힘’ 확인한 李대통령, 이제 기업 북돋을 방책 고민해야

권순욱 2025. 8. 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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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통해 ‘반미주의자’ 불식, 트럼프와 신뢰구축
기존 관세협상 4500억달러에 추가로 1500억달러 투자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동반자 자리매김, 국내 기업 조력
李대통령 도운 기업인들 하소연 귀기울여 악법 재개정 나서야

이재명 대통령이 3박 6일간의 일본·미국 순방을 마치고 28일 귀국했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길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이번 순방길에서 이 대통령이 실제로 거둔 수확물은 별로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첨예한 논쟁거리였던 관세협상 후속조치,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재배치와 전략적 유연성, 농축산물 검역 완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등은 정상간 회담에서는 다루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존 관세협상에서 3500억달러(약 490조원) 대미투자, 10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에너지 수입을 약속한 데 이어 이번 방미길에 1500억달러(약 210조원)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표면상으로 보면 주기만 하고 받은 건 별로 없다.

그런데도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6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한미정상회담 전반적 평가’에 대해 물은 결과 ‘잘했음’은 53.1%, ‘잘못했음’ 41.5%, ‘잘 모름’ 5.4%로 집계됐다.

긍정적인 평가의 배경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이 대통령에게 따라붙던 ‘반미’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미동맹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얻는 데도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졌을지도 모를 ‘반미친중 이재명’은 사라졌다. 한미동맹은 굳건해졌다.

더 나아가 이 대통령은 더 이상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을 이어갈 수 없다고 천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에 가장 강력한 우군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대통령의 선언은 안보와 경제 모두 미국과 함께 가겠다는 ‘한미동맹2.0’ 선언이었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든든한 조력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관세협상에서 내놓은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에 더해 조선·방산·원자력·에너지·핵심 광물 등 제조업 전반에 15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는 주체도 국내 기업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이룩하는 데 가장 큰 우군으로 등장했다.

이제 다시 한국이다.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 오른 직후인 24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는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음날인 25일에는 기업의 경영권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다는 상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국내 기업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듣지 않았다.

이미 산업현장에서는 법률 시행 전인데도 벌써 기업들이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제조업도 전성기를 지나 곳곳에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던 화학분야는 이미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대한민국을 먹여살렸던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전 분야에서 한계에 부딪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정작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국내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방책은 없다. 오히려 기업활동을 옥죄는 법률이 속속 입법 완료됐다.

아직 시간은 있다.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는 노란봉투법은 보완 입법이 가능하다. 상법 개정안은 추가 개정을 통해 기업들의 하소연을 반영할 기회가 있다.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는 평가를 받고 귀국한 이 대통령은 이제 국내 제조업에 눈을 돌려야 할 시간이다. 국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시간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류재우 국민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재명 정부에서 기업들을 북돋는 정책을 기대하기는 매우 힘들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상법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 등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나 미국에 퍼주기에 가까운 막대한 투자를 약속하는 것을 보면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이대로라면 제조업은 망가지고 고용이 어려워지고, 환율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자사주 소각, 법인세 인상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계속하면서 기업을 북돋을 방법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부 교수는 “현재 기업들은 한·미 외교 관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국내 규제와 경영 환경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라며 “기업이 어려운 시기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 지원, 수출 및 해외시장 개척 지원,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금융 지원, 규제 개선 및 노동 유연성 제고, 첨단산업·신성장 분야 육성 정책 등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대로 가면 미국 제조업은 부활할지언정 국내 제조업은 황폐화의 길을 갈지도 모른다.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그야말로 ‘반미주의자’에서 ‘친미주의자’로 변신했듯, 이 대통령이 ‘반기업’에서 ‘친기업’으로 변신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 기업인들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 배임죄를 폐지 또는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마당에 기업인들이 절박하게 하소연하는 법률을 재개정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시찰 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 대통령, 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연합뉴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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