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정치, 국민의힘을 집어삼키다[성한용 칼럼]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장동혁 의원은 1969년생 56살이다. 서울대학 사범대 출신으로 행정시험에 합격해 교육공무원을 했다. 다시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를 했다. 2020년 총선에서 대전 유성갑에 출마했지만 떨어졌다. 2022년 충남 보령·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2024년 재선됐다. 1.5선인 셈이다.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로 당선된 것은 우리나라 정치사의 획을 긋는 사건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야당 대표는 직전 대선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사람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1998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2017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2022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랬다.
이번에도 김문수 후보가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김문수 후보는 6·3 대선에서 무려 41.15%를 득표했다. 장동혁·조경태·안철수 후보보다 정치 경험이나 나이가 훨씬 많다. 그런데도 졌다. 왜 졌을까?
20%를 반영하는 여론조사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60.18%로 장동혁 후보 39.82%를 넉넉히 이겼다. 하지만 80%를 반영하는 선거인단 투표는 반대였다. 김문수 후보가 47.12%, 장동혁 후보가 52.88%였다. 합산해서 0.54%포인트 차 박빙 승부였다.
친윤석열 성향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동혁 후보를 지지했다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장동혁 후보가 승리한 비결은 강성 당원들의 비위를 맞췄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강성 당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다고 본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은 잘못됐다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민주당 집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당장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당대회의 승부처는 ‘한동훈 전 대표와 전한길씨 중에서 누구를 공천하겠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8월19일 3차 토론회에서 장동혁 후보는 전한길씨를 공천하겠다고 대답했다. 8월23일 결선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는 한동훈 전 대표를 공천하겠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흐름이 바뀌었다. 한동훈 전 대표를 극도로 싫어하는 강성 당원들의 감정을 김문수 후보가 건드린 것이다. 이 장면은 김문수 후보의 단순한 실수로 넘길 일이 아니다.
거시적 관점에서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팬덤 정치가 마침내 국민의힘을 집어삼킨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팬덤 정치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정치의 주도권을 정치인이 아니라 팬덤이 쥔다. 둘째, 증오와 분노를 에너지원으로 타자화와 갈라치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셋째,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을 더 미워한다.
국민의힘의 주인은 이제 당 지도부나 국회의원들이 아니다. 강성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갔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절대악으로 본다. 증오와 분노에 눈이 멀어 한동훈 전 대표를 이재명 대통령이나 민주당보다 오히려 더 미워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민주당에서 먼저 나타났다. 맥락은 다르지만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똘똘 뭉쳐 문재인 대통령을, 이재명 대통령을, 정청래 대표를 만들어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보수세력과 국민의힘을 악마화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보다 당내 ‘수박’들을 더 미워하기도 했다.
민주당 강성 권리당원은 숫자가 3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2024년 총선 공천 때 민주당은 서울 강북을과 서울 서대문갑 경선에서 막판에 전국 권리당원에게 투표를 개방했다. 이때 투표에 참여한 전국 권리당원 숫자가 대략 30만명이다. 올 8월2일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투표에 참여한 권리당원은 63만명이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1차 투표에 참여한 국민의힘 당원들은 33만4천여명이었다. 결선투표에 참여한 당원들은 35만여명이었다. 국민의힘 강성 당원들은 민주당보다 숫자가 적겠지만 대략 30만명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팬덤 정치가 작동할 수 있는 규모다.
문제는 앞으로다. 장동혁 대표는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할 것이다. 그는 강성 당원들의 아바타이기 때문이다.
팬덤 정치가 국민의힘을 장악하게 되면서 우리 정치의 장래는 더 어두워졌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정청래-장동혁 대표의 적대적 공존 체제가 지속될 것 같다. 앞이 캄캄하다.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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