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라디오 '시사 복원' 놓고 "투표로 결정하자" 내부 갈등
주용진 라디오제작본부장 "편성권 투표는 방송법 위반"
강양구 대표 대리 "정치적 색채 강한 채널과 협업 우려"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TBS 정상화 요구가 떠오르는 가운데, 편성 방향을 놓고 사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TBS 라디오제작본부장과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는 '지역 공영방송'으로의 복귀로 방향을 잡고 시사 콘텐츠를 복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강양구 대표 대리(겸 경영전략본부장)는 이 같은 입장을 두고 '투표'를 하자고 나섰다. 주 본부장이 협업을 추진하고 있는 채널들이 정치색이 짙다는 것이 이유다. 주 본부장은 강 대표 대리의 투표 제안에 “편성 독립성을 규정한 방송법을 위반한 처사”라 비판했다.
주용진 라디오제작본부장 “편성권 두고 투표? 방송법 위반”
주용진 본부장은 지난 25일 사내 게시판에 <TBS는 지금 공영방송으로 복원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공영방송 복원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자체 제작 중심 체제를 반드시 확립하고 △시민, 정치권, 스스로에게 'TBS는 여전히 공영방송의 사명을 실현할 수 있는 조직'임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주 본부장은 “그동안 유튜브 채널에서 비공개된 시사 콘텐츠를 복원하고, 시사 프로그램을 다시 제작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며 “우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 조건 안에서 모든 영역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튜브와 지상파가 함께 만드는 공동제작 모델”을 언급하며 “단순 중계가 아니라 제작 단계에서부터 협업하여 사회적 주목을 확보하고, 정부 지원의 명분도 마련할 것이고 이미 여러 채널과 협업이 확정되었고 계속 논의 중”이라 밝혔다.
주 본부장은 특히 '저녁 6시 타임 데일리 시사프로그램 제작'이 TBS 시사 콘텐츠의 핵심이 될 것이라 밝혔다. 주 본부장은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저녁 시간대에, 정치·사회·경제 현안을 다루는 공론장의 중심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형식 또한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생각”이라 전했다. 주 본부장은 다가오는 전체평성위원회에서 △비공개된 과거 시사 콘텐츠 공개 △디지털과 방송의 협업 △자체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 제작 중심 의제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 밝혔다.
주 본부장은 그러면서 “최근 '편성에 관한 내용을 두고 구성원 전체 투표를 하자'는 의견이 경영전략본부장으로부터 제기되었다”며 “이는 방송법 제4조 위반이다. 편성권은 법률상 편성권자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행사해야 할 권한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 비판했다. 그는 “편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편성권자의 책임으로 모든 걸 한정하면 된다. 이를 전체 구성원이 떠안을 필요는 없다”며 “방송사가 내부에서 편성권을 투표로 정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TBS의 명분과 신뢰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양구 대표 대리 “정치적 색채를 강하게 풍기는 채널과 협업 우려”
이에 26일 강양구 TBS 대표 대리도 전직원에 <경영전략본부장이 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강 대표 대리는 지난 21일 부서장 회의에서 특정 유튜브 채널들과의 협업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강 대표 대리는 주 본부장이 협업을 시도하려는 유튜브 채널을 두고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정치적 색채를 강하게 풍기는 채널'이라고 명명하며 “방송법상 공공재인 공중파 채널에 이렇게 특정 정당의 팬덤이 지지하는 유튜브 채널 프로그램을 곧바로 송출하는 일이 허용될 만한 것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이런 시도는 벼랑 끝에 서 있는 TBS의 정체성, 그리고 1년 넘게 '시민의 방송'을 지키고자 급여도 받지 못한 채 버티고 있는 구성원의 선의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어 우려스러웠다”고 밝혔다.
강 대표 대리는 “경영전략본부장, 보도본부장, 방송기술본부장 등은 라디오제작본부 구성원 외에도 다른 TBS 구성원이 참여하는 확대편성위원회 개최를 건의했다”고 밝힌 뒤 “최종적으로 편성책임자인 라디오제작본부장이 결정할 때 구성원의 의사를 참고할 수 있도록 전 직원의 의사를 묻는 전자투표 등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 전했다. 강 대표 대리는 “확대편성위원회나 투표 결과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더라도 라디오제작본부장이 편성권자로서 의사 결정을 하면 그대로 존중하고 협조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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