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 ‘압축’ 높은 밀집도 추구 제주, ‘기→승→전→고도완화’
도심지를 압축해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주형 압축도시' 조성 논의가 결국 건축물 고도완화로 이어졌다. 고도완화로 뒤따르는 땅값 상승 등의 문제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도는 27일 오후 3시부터 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형 압축도시 조성을 위한 고도관리방안 2차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압축도시의 개념은 빽빽한 도심지 개발이다. 건물 4개를 지을 부지에 1개를 잘 지어서 남은 공간에 안전한 보행로와 도심숲 등 여가공간을 조성,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개념이다.

제주형 압축도시의 핵심은 1990년대부터 유지된 건축 고도 완화다.
일반상업지역 기준 고도제한은 ▲제주시 동(洞)지역 최대 55m, 읍·면 지역 최대 30m ▲서귀포시 동지역 최대 40m, 읍·면 지역 최대 30m다. 제2~3종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은 일반상업지역보다 건축물 높이가 낮다.
제주도는 건축물 고도를 일반 주거지역 75m, 준주거지역 90m, 일반상업지역 160m로 3배 정도 대폭 완화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 최고층인 38층 높이의 드림타워의 높이가 169m 수준이고, 두 번째로 높은 롯데시티호텔 제주가 90m다.
고도를 완화해 높은 건축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면 인구가 밀집돼 압축도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시립대 남진 교수는 압축도시에 대한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고, 제주형 압축도시 관련 용역을 맡고 있는 ㈜유신의 안덕현 부사장은 고도완화에 대한 방안을 설명했다.
안 부사장의 경우, 공공 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녹지·보행공간 등을 제공하는 건축물에 대해서는 용적률 부분에서 혜택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대학교 부동산관리학과 양영준 교수는 "아름다운 건축물에게는 높이와 넓이에 대한 유연함이 필요하다. 고도가 완화되면 사익 증가분이 발생하는데, 공공에서 어떻게 일정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또 제주에 나홀로 아파트가 정말 많은데, 이들은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대상이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대학교 융합디자인학과 김현수 교수는 "고도가 완화되면 다양한 높낮이의 건물이 들어설 것 같지만, 최대 높이에 맞춘 건물만 생길 수 있다. 영국 런던은 도시 경관을 지키기 위해 획일적이지 않고 그때마다 다른 고도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전체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세밀한 고도 완화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원이앤씨건축사사무소(주) 박혜정 대표는 "20년간 제주에서 도시계획 용역을 시행한 경험으로 볼 때 고도완화가 필수다. 층간소음 방지, 단열대 확대 등으로 1990년대에 비해 층고가 20~40cm 정도 차이가 난다. 고도제한이 유지되면 건축물 층수는 갈수록 낮아진다"며 "용적률 등에 대해서도 과감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압축도시가 실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심재욱 균형발전기획관은 "1990년대에 제주에 왜 고도규제가 시작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도제한에 대한 단점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분명한 장점도 있을 것이다. 장단점을 파악해 장점은 유지해야하지 않겠나. 고도완화는 필요한데, 어떻게 제주다움을 지킬수 있는지 실행 부분이 중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마강래 교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도 압축도시가 필요하다. 인구 감소 등 우려 속에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인구 밀도를 높여야 한다. 많은 지역에서 원도심 공동화 문제를 겪고 있는데, 원인은 기존 도심지에서 벗어난 외곽개발이다. 지켜야 하는 외각 개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방청객 의견 청취 과정에서 한 중년 남성은 "압축도시의 결론이 고도완화로만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건축물 고도에 대한 규제가 제주보다 더욱 강하지만, 용적률이 제주 2배 가까이 된다. 용적률 완화 부분도 있는데, 너무 고도완화에 쏠린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건축물 고도 규제 강화와 완화는 곧 부동산 가격 변동으로 이어져 왔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땅값 문제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제주도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오는 10월 고도관리방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며,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2027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