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개혁’ 놓고 당정 갈등… 정성호 법무의 신중론이 옳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7/dt/20250827173439965wpkh.png)
‘검찰 개혁’ 방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간 미묘한 갈등 양상이 표출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여당의 검찰 개혁 방안에 신중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 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 등을 뼈대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다만 수사 기관 간의 권한 배분 문제 등 세부 개혁안은 추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장관은 27일 페이스북에 “검찰이 수사 권한을 갖는 것은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도 “검찰 개혁에 관해 많은 의견이 있다.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하고 있고 그 의견들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떻게 설계해야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을 유지하고, 수사 권한의 오남용을 방지하며 민주적 통제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같은 정 장관의 발언은 검찰 개혁의 구체적 방식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강경 의원들은 검찰청을 완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 기능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옮기며, 그 소속을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로 둔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의 전신인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이던 김용민 의원도 전날 라디오에서 “(중수청은) 행안부에 두는 안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법무부에 두면 수사와 기소가 실질적으로 분리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중수청 신설은 동의하지만, 그 소속을 행안부로 두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며 “수사기관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하고,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 통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검찰청’이라는 조직을 아예 없애고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검찰에서 수사 기능은 빼지만, 여전히 ‘검찰’이라는 명칭을 유지할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여당의 검찰 개혁 방안은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장관이 늦게나마 신중론을 제기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만약 여당 주장대로 검찰 개혁이 이뤄질 경우 정 장관의 우려처럼 행안부가 검찰과 경찰을 모두 아우르는 무소불위의 수사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은 분리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를 법무부가 아닌 순수 행정부처인 행안부 산하에 두는 국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공룡 수사기관’을 탄생시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견제와 균형을 기하겠다는 검찰 개혁의 당초 목표와도 정반대로 가는 셈이 된다.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아 정권의 말을 잘듣는 경찰 조직에 주고, 경찰을 견제할 조직이나 기관은 전혀 없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안부 장관이 모든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체제가 구축돼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마음대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일각의 우려대로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경찰 공화국’, ‘중국식 공안 체제’가 완성될 가능성이 높다.
인권보호에도 문제다. 여당 안대로 사법경찰의 수사활동에 대한 검사의 법적통제를 다 없애버리고, 검사의 보완수사권도 폐지되면 인권보호 장치도 사라지게 된다. 김예원 변호사의 지적처럼 수사통제가 형해화되고, 수사를 개시하기도 힘들며, 수사절차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져 서민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8일 정 장관에게 “민감한 쟁점 사안의 경우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챙겨달라”고 당부해 부작용 없는 ‘섬세한 개혁’을 주문한 바 있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 됐으면서도 왜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를 만들 수 있는 검찰 개혁을 이렇게 졸속으로 하려는 것인가. 이 대통령과 정성호 장관의 말처럼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다 신중히 추진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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