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옹호’ 인권위원 추천한 국힘, 부결되자 “민주당 독재”

최하얀 기자 2025. 8. 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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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묻지마식 의회폭주 민주당식 협치파괴’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서 당이 추천한 인권위원 2명에 대한 선출이 표결을 통해 부결된 뒤, 이에 반발해 퇴장한 뒤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비상임위원 선출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추천된 이상현 숭실대 교수와 우인식 변호사가 12·3 내란사태를 옹호한 전력이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집단적으로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 등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를 열어 이 교수와 우 변호사를 각각 인권위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으로 선출하는 안건을 무기명 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이 위원 선출안은 재석의원 270명 중 찬성 99표, 반대 168표, 기권 3표로 부결됐다. 우 위원 선출안은 재석 270명 가운데 찬성 99표, 반대 166표, 기권 5표로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별도의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율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를 보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 투표 실시에 앞서 이뤄진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12·3 내란사태 옹호 전력이 있다는 점 때문에 두 인권위원 후보자에 대한 ‘비토’ 기류가 강하게 형성됐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의총 머리발언을 통해 “국가인권위법 1조를 보면 기본적인 인권 보호와 민주주의 질서 확립이 설립 목적”이라며 “적어도 여기에는 (인권위원 후보자들이) 부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란을 옹호한다든지 이런 분은 추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된 직후 서미화 의원은 “국민의힘이 내란을 옹호한 얼굴의 반인권적 후보를 추천했다”며 “이상현 후보는 복음법률가회 출신으로, 현재 인권위를 앞장서서 망가뜨리고 있는 안창호 위원장이 설립한 단체이자 극우 정치세력과 결탁된 단체”라고 발언했다. 또 “이 후보는 윤석열 탄핵 반대 성명을 버젓이 발표한 극우교수모임 정교모 회원으로 활동한 내란옹호 세력이기도 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우 변호사에 대해서도 “탄핵기각 촉구 성명에 참여한 내란옹호 세력이자, 전광훈 목사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전광훈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종교탄압이라는 궤변을 펼친 인물”이라는 점 등을 들어 부결을 호소했다.

본회의에서 두 후보자 선출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퇴장에 앞서 신청한 공개 발언에서 “민주당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이제 대한민국 국회에 더는 야당은 없다’라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제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인가.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그토록 분노했던 독재”라고 발언했다.

이에 맞서 서 의원도 의사발언에 나섰다. 서 의원은 “국민의힘은 한 달 전과 똑같이 인권의 옷을 입을 수 없는 반인권적 인사들을 인권위원으로 추천했다”며 “인권위를 안창호 사조직, 윤어게인 집합소로 전락시키려는 국민의힘 만행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지영준·박형명 변호사를 인권위원 후보자로 추천했다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이들의 이력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추천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런데도 한달여 만에 비슷한 성향의 인물을 후보로 또다시 내세웠다가 부결로 이어진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런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국회는 헌법수호기관이자 12·3 비상계엄의 피해자”라며 “위헌·위법한 계엄을 옹호한 인사를 국회가 위원으로 추천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 자기 부정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더구나 인권위는 헌법적 가치에 따라 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모든 개인의 기본적 인권보호 향상을 사명으로 하는 기관”이라며 “상정된 안건의 인사 그대로라면 인권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또 국민의힘이 부결에 반발해 본회의장을 퇴장한 것에 대해서도 “아무리 야당 몫 추천이지만 국회의 추천이라는 것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치는 국회 추천 인사를 결정하는 것인 만큼, 부결이란 결과 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지난해 정부 결산안을 심사 중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포함해 모든 상임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거센 반발을 이어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일방적으로 폭주하는 민주당과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면서 국회 운영에 일절 협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게 “이 시간 이후 금일 남아있는 모든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하니, 의원들은 원내지도부 지침에 따라달라”는 공지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이날 예정됐던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도 취소됐다. 국민의힘은 여야 연찬회 등으로 당분간 국회 일정이 없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상임위 복귀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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