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사업: 지역주택조합 절차적 문제

최아름 기자 2025. 8.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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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지역주택조합 법 밖의 문제 2편
꼼수부터 과대광고에 분쟁까지
모든 사업 단계마다 살펴볼 문제
홍보 내용 그대로 믿어서는 안 돼
시공사도 계약 전까지는 확정 아냐
지자체에 접수하는 계획 확인해야

지역주택조합이 결성되는 순간부터 아파트가 완공되는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가시밭길'의 연속입니다. 꼼수, 비리, 과대광고, 분쟁 등 사업 단계마다 위험요인이 깔려 있습니다. 문제는 지역주택조합을 택한 조합원이 이런 문제를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더스쿠프가 지역주택조합의 사업 단계를 따라가면서 위험요인을 분석했습니다. 지역주택조합, 절차적 문제의 탐구 편입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 단계마다 조합원들이 조심해야 할 위험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사진 | 연합뉴스]

내집 마련을 위해 몇번씩 청약에 도전해도 운이 나빠 떨어진 사람(A)이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길을 걷다가 마주친 견본주택 호객꾼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이 지역에도 아파트가 생깁니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면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내집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일반 분양을 하면 너무 늦습니다. 조합원에 가입하세요."

A는 그렇게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습니다. A는 지역주택조합을 통해 '내집 마련'이란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글쎄요,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에 내재된 문제점과 한계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업 단계별로 하나씩 살펴볼까요?

■ 단계① 토지 물색과 선정 = 첫번째 단계는 토지를 물색하는 단계입니다. 주택을 지을 만한 장소를 찾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땅을 확보하는 게 어렵지 않고, 주택 수요가 있을 만한 곳으로 토지를 물색합니다.

■ 단계② 임의단체 구성 = 다음 단계는 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회(이하 지역주택조합추진위)를 결성하는 겁니다. 조합을 만들기 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먼저 모이는 겁니다. 단계 1~2까진 별문제 없습니다. 대부분 통상적 절차입니다. 문제는 단계3부터입니다.

■ 단계③ 주택조합 규약 = 세번째 단계는 주택조합 규약을 작성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주택조합 규약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합의 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선 조합규약을 관할 지자체에 제출해야 합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위해 '표준규약'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조합 탈퇴를 규정한 조항도 있습니다. 가령, 조합 탈퇴를 신청한 사람은 그때까지 냈던 분담금에서 소정의 공동부담금을 공제하고 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입니다.

하지만 표준규약이 완전한 '법적 보호장치'는 아닙니다. 모든 조합이 이 규약을 그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표준규약'이니까요. 그래서 표준규약과 무관하게 지역주택조합에서 탈퇴하려 할 땐 분쟁이 발생하곤 합니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기 전, 표준규약뿐만 아니라 자체규약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단계④ 모집 신고 = 다음은 모집 신고 단계입니다. 지역주택조합추진위는 관할 지자체에 신고한 뒤 조합원을 모집해야 합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주택을 건설하려는 토지의 절반 이상을 '사용권원'으로 확보하지 못한 추진위는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사용권원은 소유권과 다릅니다. 토지주가 따로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는 걸 사용권원 확보라고 부릅니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려는 이는 바로 이 단계에서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사용 허락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서 제출하는 지역주택조합추진위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조합에 가입할 생각이라면 '사용권원'의 진위를 따져보는 게 좋습니다.

■ 단계⑤ 1차 조합원 모집 = 조합원 모집 신고가 문제 없이 끝나면 '1차 조합원 모집'을 시작합니다. 길을 걷다 종종 마주치는 지역주택조합의 주택홍보관은 이 단계에서 만듭니다. 대부분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붙이고 홍보하지만, 확정된 사실이 아닙니다. 이 단계에선 시공사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시공사가 정해지는 건 조합 설립, 사업계획 승인 이후의 일입니다.

이때 지역주택조합추진위가 종종 '유령 조합원'을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합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서인데, 이는 분담금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유령 조합원' 탓에 실제로 분담금을 낸 이들이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모자란 분담금을 선량한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 단계⑥ 조합 창립 총회 = 1차 조합원 모집 단계가 끝나면 이제 '조합의 형태'로 넘어갑니다. 이때 조합원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게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추진위 위원장이나 임원들의 거취 문제입니다.

지역주택조합에서 터진 비리 사건을 보면, 추진위원장이나 임원이 조합과 특수한 관계를 맺는 경우가 숱합니다. 조합의 업무를 대리하는 업무대행사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추진위원장 또는 조합 임원인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직접 추진위원회 임원진이 조합의 임원진과 어떤 관계로 얽혀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단계⑦ 조합 설립 인가 = 일곱번째 단계는 창립 총회 후 조합을 설립하는 절차입니다. 이 단계까지 가려면 조합이 전체 토지의 80%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토지사용권원)를 확보해야 합니다. 아울러 전체 토지 중 15%는 조합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만들고자 하는 아파트의 전체 세대 수 중 절반 이상을 조합원에게 분양해야 합니다.

유의할 점은 조합이 설립된 후 '견제 기능'이 현저히 약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가령, 광고비를 과다 계상해 조합의 자금을 관리하는 신탁회사(자금관리회사)에 청구하고, 그 차액을 조합 임원들이 나눠갖는 것과 같은 비리 사건은 이때부터 발생합니다.

■ 단계⑧ 2차 조합원 모집 = 조합 설립 후 첫번째 단계는 2차 조합원 모집. 1차 조합원 중에서 사망 등으로 조합원 자격이 없어진 사람들을 채워 넣는 절차입니다. 새롭게 모집하는 2차 조합원은 예정 세대수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조합의 중요한 결정은 모두 '조합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이뤄집니다. 그래서 조합 임원은 꼼수를 쓰기도 합니다. 새로운 조합원을 모집할 때 분담금을 내지 않는 대신 조합 임원진에게 유리한 투표만 해달라고 거래하는 식입니다. 이를 '어용 조합원'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이들이 큰일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조합원 스스로 체크해야 합니다.

지역주택조합은 결성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위험요소에 노출된다. [사진 | 뉴시스]

■ 단계⑨ 등록사업자와 협약 = 아홉번째 단계는 등록사업자와 협약을 체결하는 겁니다. 시공사는 이때 정해집니다. 애초 계획했던 사업 비용이 시공사와의 계약 과정에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아파트 준공을 위해 만족스럽지 않은 조건의 계약서에 서명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조합에서 탈퇴해야 하는데 앞서 설명했듯 그때까지 납부한 분담금을 전부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 단계⑩ 사업계획 승인 = 지역주택조합의 마지막 단계는 '사업계획 승인'입니다. 관할 지자체가 사업계획을 허락해야 하는데, 이땐 조합이 토지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해야 합니다.

사업권원만 확보하면 승인을 받을 수 없으니 조합원 스스로 체크하는 게 좋습니다. 시공사가 만든 아파트 배치도ㆍ설계도 등을 지자체에 제출하는 시기도 이 단계라는 점도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애초에 광고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가" "왜 공원과 벤치는 없는가"란 분쟁이 여기서 발생하니까요.

이처럼 지역주택조합의 사업 단계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안심할 만한 구간'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업계획 승인 단계에 이르러서도 위험요소가 숱합니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이들이 단계별 리스크를 숙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위험요인을 없애는 정책적 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지역주택조합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선언한 이재명 정부는 과연 위험요인을 제거할 수 있을까요?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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