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경’ 여야 대표 시대 개막 어떻게 가능했나…유튜브가 만든 정치 ‘뉴노멀’
보수는 전한길, 진보는 김어준…유튜버가 여론몰이하면 지지층은 호응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지난 26일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장 대표는 조직 없는 선거를 치렀다. 전국 당원협의회를 돌거나 문자 메시지를 대량 발송하는 기존의 선거 문법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도 낮았던 그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장 대표 스스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 낸 승리"라고 인정하듯, 그 핵심 전략은 보수 유튜브 활용에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정반대편의 '강경파' 당대표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선된 과정과 닮아있다. 정 대표 역시 민주당 팬덤과 당원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유튜브 세계관에서 특유의 '직설화법'을 앞세우는 선거 전략을 택했다. 정치권에선 여야의 전당대회를 두고 '김어준'에서 '전한길'로, '친명'에서 '친윤'으로 바뀐 것 외에 본질은 큰 차이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기간 내내 보수 유튜브 채널 출연을 캠페인의 주무대로 삼았다. 그는 배승희의 뉴스배송, 이영풍TV, 유동규TV, 고성국TV 등 각종 강성 보수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에 연이어 등장해 '싸우지 않는 자, 배지를 떼라'는 슬로건을 일관되게 내세우며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선명성 전략을 고수했다.
장 대표가 이런 전략을 택한 배경에는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룰이 자리해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당원 투표 80%, 여론조사 20%를 반영한다. 6월3일 대선 패배 이후 강성보수 당원들이 국민의힘의 주류를 차지한 상황에서 당을 향한 여론 전반을 고려하기보다는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사로 잡는 것이 당락을 가를 수 있는 구조였던 셈이다.
실제로 장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18만5401표(52.88%)를 얻어 경쟁자인 김문수 전 후보(16만5189표·47.12%)를 2만212표(5.7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여론조사에서는 장 대표가 김 후보에게 1만7845표 뒤졌으나, 선거인단에서 앞서면서 총 득표수 2367표 차로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김 전 후보가 60.18%, 장 대표가 39.82%로 20%포인트 넘는 격차를 보였으나, 전당대회 룰에 따라 20%로 환산된 수치만 득표수에 반영됐다.
장 대표가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 출연한 것은 이런 전략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다. 장 대표는 전한길·고성국·성창경·강용석 등 보수 유튜버 4명이 진행하는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가장 먼저 출연했고, 이를 기점으로 보수 유튜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장 대표가 출연한 지난달 31일은 전씨의 입당을 둘러싼 당내 징계 논의가 심화되던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출연을 강행한 것이 강성 보수층과의 결합을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보수 유튜버에 눈도장을 찍은 장 대표의 행보는 한층 직설적으로 변화해나갔다. 지난 19일 TV토론회에서는 이런 기조를 한층 강화하듯 내년 재·보궐 선거 후보 공천에서 한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공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홀로 전씨를 고르기도 했다. 전씨가 선거 막바지에 장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사실상 '보수 유튜버 연합'의 공식 지지 후보로 자리매김 했다.
장 대표 스스로도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캠프도 조직도 없이 선거를 치러낼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의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있어 가능했다"며 보수 유튜버를 중심으로한 선명성 전략이 당선에 크게 기여했음을 인정했다.

보수든 진보든 유튜브 없인 못 이겨
반면 고배를 마신 김 전 후보는 전당대회 내내 '단결과 통합'을 강조하며 이런 기류에 올라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찬탄'과 '반탄'이 힘을 모아 정부 여당과 싸워야 한다는 메시지 역시 보수 유튜버 지지의 균형추를 장 대표 쪽으로 기울게 한 계기로 작용했다. 보수 유튜버 연합 토론회를 '전한길 면접'이라며 주저하던 김 전 후보도 뒤늦게 토론회에 출연했지만, 노출 효과와 선명성 경쟁에서 장 대표에게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유튜브 기반의 팬덤정치는 앞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당선 과정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일단 정 대표도 당원 비중이 높은 민주당의 전당대회 룰을 적극 활용한 점이 장 대표와 닮아있다.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 역시 권리당원(55%), 대의원(15%) 투표, 일반 국민 여론조사(30%)로 진행돼 당원들의 의중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정 대표도 경쟁자였던 박찬대 의원보다 민주당 강성 팬덤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유튜브 전략을 집중적으로 전개했다. 정 대표는 매불쇼, 뉴스공장, 새날 등 민주당 지지자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 앞다퉈 출연했고,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콘서트 등에도 직접 등장해 진보 유튜버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박 의원 역시 유튜브 유세에 열을 올렸지만 당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선명성 경쟁에서 정청래 대표에게 밀렸다는 평가다. 오히려 박 의원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김어준 콘서트에 불참했고, 유튜브 방송에 나가서도 자신이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 아님을 해명해야 했다. 룰의 변화를 읽고 유튜브 팬덤을 구심점으로 삼은 정 대표와는 출발부터 차이가 있던 셈이다.
정치권에선 유튜브 출연의 파급효과가 한층 커진 만큼 강성 유튜버가 여론몰이를 하고 지지층이 당내 여론을 주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기성 언론 여러 곳에 나오는 것보다, 간판 유튜브 한 곳에 출연하는 것이 훨씬 큰 효과를 낸다. 유튜브 출연 뒤엔 당원들의 지지 문자와 현장에서의 격려에서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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