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경’ 여야 대표 시대 개막 어떻게 가능했나…유튜브가 만든 정치 ‘뉴노멀’

정윤성 기자 2025. 8. 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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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정청래의 판박이 당선 공식…‘유튜브+강성 팬덤’ 집중공략
보수는 전한길, 진보는 김어준…유튜버가 여론몰이하면 지지층은 호응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지난 26일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장 대표는 조직 없는 선거를 치렀다. 전국 당원협의회를 돌거나 문자 메시지를 대량 발송하는 기존의 선거 문법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도 낮았던 그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장 대표 스스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 낸 승리"라고 인정하듯, 그 핵심 전략은 보수 유튜브 활용에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정반대편의 '강경파' 당대표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선된 과정과 닮아있다. 정 대표 역시 민주당 팬덤과 당원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유튜브 세계관에서 특유의 '직설화법'을 앞세우는 선거 전략을 택했다. 정치권에선 여야의 전당대회를 두고 '김어준'에서 '전한길'로, '친명'에서 '친윤'으로 바뀐 것 외에 본질은 큰 차이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왼쪽)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합뉴스

장 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기간 내내 보수 유튜브 채널 출연을 캠페인의 주무대로 삼았다. 그는 배승희의 뉴스배송, 이영풍TV, 유동규TV, 고성국TV 등 각종 강성 보수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에 연이어 등장해 '싸우지 않는 자, 배지를 떼라'는 슬로건을 일관되게 내세우며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선명성 전략을 고수했다.

장 대표가 이런 전략을 택한 배경에는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룰이 자리해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당원 투표 80%, 여론조사 20%를 반영한다. 6월3일 대선 패배 이후 강성보수 당원들이 국민의힘의 주류를 차지한 상황에서 당을 향한 여론 전반을 고려하기보다는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사로 잡는 것이 당락을 가를 수 있는 구조였던 셈이다.

실제로 장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18만5401표(52.88%)를 얻어 경쟁자인 김문수 전 후보(16만5189표·47.12%)를 2만212표(5.7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여론조사에서는 장 대표가 김 후보에게 1만7845표 뒤졌으나, 선거인단에서 앞서면서 총 득표수 2367표 차로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김 전 후보가 60.18%, 장 대표가 39.82%로 20%포인트 넘는 격차를 보였으나, 전당대회 룰에 따라 20%로 환산된 수치만 득표수에 반영됐다.

장 대표가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 출연한 것은 이런 전략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다. 장 대표는 전한길·고성국·성창경·강용석 등 보수 유튜버 4명이 진행하는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가장 먼저 출연했고, 이를 기점으로 보수 유튜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장 대표가 출연한 지난달 31일은 전씨의 입당을 둘러싼 당내 징계 논의가 심화되던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출연을 강행한 것이 강성 보수층과의 결합을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보수 유튜버에 눈도장을 찍은 장 대표의 행보는 한층 직설적으로 변화해나갔다. 지난 19일 TV토론회에서는 이런 기조를 한층 강화하듯 내년 재·보궐 선거 후보 공천에서 한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공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홀로 전씨를 고르기도 했다. 전씨가 선거 막바지에 장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사실상 '보수 유튜버 연합'의 공식 지지 후보로 자리매김 했다.

장 대표 스스로도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캠프도 조직도 없이 선거를 치러낼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의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있어 가능했다"며 보수 유튜버를 중심으로한 선명성 전략이 당선에 크게 기여했음을 인정했다.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8월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가 등장할 때마다 '배신자'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보수든 진보든 유튜브 없인 못 이겨

반면 고배를 마신 김 전 후보는 전당대회 내내 '단결과 통합'을 강조하며 이런 기류에 올라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찬탄'과 '반탄'이 힘을 모아 정부 여당과 싸워야 한다는 메시지 역시 보수 유튜버 지지의 균형추를 장 대표 쪽으로 기울게 한 계기로 작용했다. 보수 유튜버 연합 토론회를 '전한길 면접'이라며 주저하던 김 전 후보도 뒤늦게 토론회에 출연했지만, 노출 효과와 선명성 경쟁에서 장 대표에게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유튜브 기반의 팬덤정치는 앞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당선 과정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일단 정 대표도 당원 비중이 높은 민주당의 전당대회 룰을 적극 활용한 점이 장 대표와 닮아있다.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 역시 권리당원(55%), 대의원(15%) 투표, 일반 국민 여론조사(30%)로 진행돼 당원들의 의중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정 대표도 경쟁자였던 박찬대 의원보다 민주당 강성 팬덤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유튜브 전략을 집중적으로 전개했다. 정 대표는 매불쇼, 뉴스공장, 새날 등 민주당 지지자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 앞다퉈 출연했고,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콘서트 등에도 직접 등장해 진보 유튜버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박 의원 역시 유튜브 유세에 열을 올렸지만 당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선명성 경쟁에서 정청래 대표에게 밀렸다는 평가다. 오히려 박 의원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김어준 콘서트에 불참했고, 유튜브 방송에 나가서도 자신이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 아님을 해명해야 했다. 룰의 변화를 읽고 유튜브 팬덤을 구심점으로 삼은 정 대표와는 출발부터 차이가 있던 셈이다.

정치권에선 유튜브 출연의 파급효과가 한층 커진 만큼 강성 유튜버가 여론몰이를 하고 지지층이 당내 여론을 주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기성 언론 여러 곳에 나오는 것보다, 간판 유튜브 한 곳에 출연하는 것이 훨씬 큰 효과를 낸다. 유튜브 출연 뒤엔 당원들의 지지 문자와 현장에서의 격려에서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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