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차 베테랑 경찰의 촉… 연락 두절 시민 극적 구조

23년 차 베테랑 경찰의 직감이 빛을 발했다. 작은 단서에서 시작된 경찰관의 촉이 결국 한 사람의 생명을 지켜냈다.
27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진우 용인서부경찰서 교통조사2팀장은 지난 18일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사고 신고를 접수했다.
정 팀장은 피조사자 A씨의 차량 번호를 특정하고 문자 메시지로 출석 조사를 알렸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답장은 오지 않았고, 이틀에 걸쳐 수십 차례 전화를 걸었음에도 닿지 않았다.
결국 정 팀장은 지난 20일 A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을 직접 찾아갔지만 문을 두드려봐도 숨죽인 듯 정적만 흘렀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로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23년 차 베테랑의 직감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A씨의 집 현관문은 각종 압류 딱지부터 전기요금 독촉장으로 가득했다. 심지어 문자 메시지의 '1'(읽음 표시)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을뿐더러 A씨 차량이 사흘 내내 주차 공간을 점유한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어느 순간 A씨에게 전화를 걸 때 들리던 통화음도 끊겼다.
마음이 급해진 그는 즉시 주민센터를 통해 A씨의 호적 등본을 뗐고,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긴급 상황임을 알렸다.
정 팀장은 21일 오후 8시께 경찰서로 온 A씨 가족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 열쇠공을 통해 문을 강제 개방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패트병 등 각종 쓰레기가 온 집안을 뒤덮고 있었고,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A씨가 쓰러져 있었다.
처음에는 흔들어 깨워봐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이미 숨을 거둔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한참 뒤 A씨가 '윽'하며 희미한 소리를 내며 힘겹게 눈을 떴다.
그는 즉각 119에 구급 요청을 했고, 저혈당 쇼크로 쓰러진 A씨는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했다. 이미 과거에도 저혈당으로 쓰러진 적이 있어 조금만 더 늦었다면 큰일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정 팀장의 촉을 움직이게 한 것은 과거의 한 교통사고 사건이었다. 올해 관내에서 벌어진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연락이 두절된 피의자가 집 안에서 숨진 일이 있었다.
노경민 기자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