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에 걸린 중국 [배리 아이켄그린]
![최근 중국 고급 호텔들이 손님들의 지출이 줄어들자 거리로 직접 나가 음식 판매에 나서고 있다. 2025년 8월 11일 베이징 베이위안 그랜드 호텔 옆에 설치된 음식 판매 부스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로이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7/ned/20250827163320015anrv.jpg)

중국 지도부는 수년간 소비 촉진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전은 매우 미미했다. 이제 중국 경제가 버티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이 시급하게, 그리고 대대적으로 가속화되어야 한다.
중국의 산업 설비 투자와 수출 중심의 생산 모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한때 145%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대중 관세는, 베이징이 희토류 광물 수출 제한을 위협하자 여전히 타격이 큰 30%로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관세율을 향후 90일간 유지한 채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 정책 흐름을 보면, 관세 인하를 크게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이미 급격히 줄었으며, 2025년 상반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집권 마지막 2년 동안 이미 이어져온 감소세에 더해진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회 수출 길마저 차단하며, 제3국 조립·환적 허브를 거쳐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상품에 추가로 40% 세금을 부과했다.
또한 양국 간 지정학적 긴장을 감안하면, 트럼프 이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의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도 낮다. 바이든 대통령도 2021년 취임 직후 트럼프 시절의 더 낮은 관세를 그대로 유지한 바 있다. 더구나 일단 미국이 관세를 재정 수입원으로 삼게 되면, 미래의 의회가 이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수출 대상을 미국 규모에 맞먹는 유일한 대안 시장인 유럽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역시 자국 기업들이 중국 수출 물량에 밀려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만큼 관세를 선호하지는 않더라도, 유럽 역시 무역 장벽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수출 중심 구조에서 소비 중심으로 재균형을 이루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 12개월 동안 중국의 수출은 물가 상승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평균 7% 증가했다. 여전히 산업 가동을 위해 해외 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가계 소비는 GDP의 40%에도 못 미치며, 20년 전 중국의 중앙경제공작회의(Central Economic Work Conference: 매년 12월, 중국 최고 지도부가 모여 국가 경제 정책의 방향과 주요 과제를 결정하는 연례 회의)가 소비 진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을 때와 거의 변화가 없다.
한국의 50%, 미국의 70%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물론 중국인이 미국인처럼 과소비할 필요는 없지만, 자국 산업 제품과 서비스에 더 많이 지출해야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중국이 이를 실행할 의지만 보이면 된다. 가장 우선적으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 가계가 저축을 많이 하는 이유는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실업은 항상 존재하는 위험이지만, 3억 명에 달하는 농민공 중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정부는 팬데믹 기간 중 일부 요건을 완화했지만, 이런 예외 조치는 올해 말 만료 예정이다. 이를 영구화해야 한다. 또한,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재난성 의료비 부담이 훨씬 크다. 한국보다 두 배나 많은 가구가 가계 예산의 10%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응급 상황에서의 공공 의료 지원을 강화하면 소비 촉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노인들의 경우, 노후를 돌봐줄 자녀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연금은 지방정부가 지급하지만, 많은 지방정부가 부채 부담과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은 연금 지급을 중앙집권화하는 조치를 일부 취했지만, 훨씬 더 신속히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베이징은 지방정부의 예산 제약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지방정부는 토지 매각 수입과 중앙정부 이전금으로 저소득층 소득 재분배보다는, 전기차 공장 같은 중복 투자를 위해 재정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 대신 저소득 가구에 대한 직접 지원을 지방정부의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2025년 8월 11일 베이징 베이위안 그랜드 호텔 옆에 설치된 음식 판매 부스에서 한 셰프가 금속 튀김기의 뜨거운 기름에 비둘기를 튀기고 있다. [로이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7/ned/20250827163321549jtlq.jpg)
세제 개혁 또한 같은 방향으로 필요하다. 중국은 소비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 전체 세수의 3분의 1 이상을 여기서 거둔다. 반면 자본소득세는 낮고, 상속세는 전혀 없다. 재산세도 일부 도시에서만 부과되는데 이런 세제 구조는 소비 성향이 낮은 부유층에 유리하다.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넌다’는 식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비 문제 접근법에서도 이런 성향이 드러난다. 상하이와 충칭에서 재산세를 실험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두 도시를 넘어 확산하지 못했다. 2009년 대규모 의료 개혁으로 전체 인구의 96%에 기본 건강보험을 제공했지만, 재난성 의료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연금 개혁 역시 최소 2014년부터 추진됐지만, 보장 범위는 여전히 불균형하고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다. 이런 개혁의 느린 속도가 가계 소비 비중이 낮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이런 불균형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일부 전망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 성장률을 최대 2%포인트 낮출 수 있다. 이는 다소 과장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관세 이전 성장 잠재력이 약 5%였던 경제에서 절반만 줄어들어도 심각한 타격인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 지도부는 ‘장기전’을 견디는 인내로 유명하지만, 이제는 그 인내를 버리고 소비 촉진을 위해 즉각 행동해야 할 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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