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도 50% ‘폭탄 관세’ 발효, 의류·다이아 공급망 재편할까[뉴스분석]

윤기은 기자 2025. 8. 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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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현지시간)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타이루푸르 의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재봉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미국이 인도에 부과한 25%의 추가 관세가 27일(미 동부시간) 오전 0시1분부로 발효되면서 인도는 총 50%의 ‘관세폭탄’을 맞게 됐다. 관세 충격으로 인도의 주력 제조업인 의류, 다이아몬드, 가죽 등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 단체인 인도수출기구연맹(FIEO)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의 고율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티루푸르, 노이다, 수랏 등 섬유·의류 제조업체가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FIEO는 최대 3조9800억루피(약 63조원)의 대미 수출품 중 30~35%의 비용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가죽, 새우, 수공예품과 같은 노동 집약적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생산 원유를 수입했다는 이유로 인도에 기존 25%에 추가로 25%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철강, 알루미늄, 구리, 자동차, 제약, 일부 전자제품 등은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향후 이들 제품에 품목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초유의 관세로 경제 침체가 우려되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26일 연설에서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해도 인도는 농부와 중소기업의 이익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관세 여파로 2025-2026년 인도의 대미 상품 수출액이 전년 대비 최대 40~4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인도 연간 수출액의 약 18%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시장이다. 인도는 2023-2024 회계연도에 783억달러(약 109조원) 어치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고율관세로 섬유·의류, 다이아몬드, 새우, 가죽, 가구, 의약품 등의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숙련·저임금 노동을 이용해 섬유·의류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타밀나두와 구자라트주 산업단지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고율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경쟁국에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도 언론들은 주문량이 줄면서 각 기업이 긴축 경영을 시작했으며 공장 노동자들은 실업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이아몬드 산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 중 80% 이상을 가공하는 수라트에서는 최근 몇 주간 주문량이 급감했다.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는 인도는 저임금 숙련 인력을 앞세워 원석 가공 산업을 장악해 왔다. 최근에는 합성 ‘랩다이아몬드’ 제조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 수라트 다이아몬드 가공 공장에서 장인들이 다이아몬드 커팅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모디 총리는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약 2조루피(약 32조원) 규모의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자동차·전자제품 등에 부과되온 28% 세율을 폐지하고 기존에 12% 세율을 적용받던 품목은 5%로 낮췄다. 수입 면화 관세도 한 달 반 동안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동시에 대중국 수출 시장도 확장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오는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외무부는 회의에서 무역, 주권 존중, 영토 보전 등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모디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관세협상을 포기하진 않겠다는 입장인 인도는 미국 정부에 로비도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주미 인도대사관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몸담았던 로비업체 머큐리와 미 정부와의 관계 구축, 언론 대응 등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두브부리 수바라오 전 인도 재무장관은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에 대응해 저소득 가구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 보호 시스템을 탄탄히 만들어 수요, 생산, 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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