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사기가 80%인데'...불안감 키우는 금융사고 공시, 이대로 괜찮나

올 들어 발생한 은행권 금융사고 금액의 약 80%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직원의 횡령·배임 등과 성격이 전혀 다른데도 '금융사고'로 일괄 공시돼 은행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불안감을 조성한단 점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공시한 10억원 이상 대규모 금융사고(국내)는 총 17건, 사고금액은 976억2621만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6건(157억원), 하나은행 6건(536억원), 신한은행 2건(37억원), 우리은행 1건(24억원), NH농협은행 2건(221억원) 등이다.
주목되는 건 올해 5대 은행에서 발생한 전체 사고금액의 79%(768억6438만원)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란 점이다. 외부인 사기에 부당대출(업무상 배임) 등이 결합된 건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84%로 늘어난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의 경우 전부 외부인에 의한 사기였으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도 이 유형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당초 은행은 자기자본의 1%를 초과하는 금융사고만 공시하도록 돼 있었으나, 2014년 금융감독원이 은행업 감독 규정을 개정하면서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를 전부 수시 공시하게 됐다. 금융사고에 대한 시장규율과 사고예방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는데, 10여년이 지난 현재 제도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외부인에 의한 사기도 엄밀히 말하면 은행의 관리 영역이라 볼 수 있지만, 서류위조나 차명거래를 동원한 부당대출은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은행이 피해자라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이런 경우도 '금융사고'로 일괄 공시돼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올 초 발생한 세종 전세사기 사건으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SC제일은행, NH농협은행 등이 각각 20억원, 22억원, 14억원, 6억원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IBK기업은행도 22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피의자들이 세입자 명의를 도용해 은행에서 불법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은행권이 100억원대에 육박하는 피해를 입었다.
A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금융사고 공시는 내부 직원의 횡령이든 외부인이 보이스피싱이나 해킹을 해서 일어난 피해든 전부 금융사고로 묶여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외부인이 작정하고 시나리오 짜서 가짜서류 만들어 제출하면 막기 어렵지만 시장에선 '은행이 통제를 못했다'는 시각으로 보니 은행 평판만 나빠져 합리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B은행 관계자는 "부당대출의 경우도 진짜 사기·횡령이 연루된 대출뿐 아니라 단순 심사 규정 위반이나 전산상 착오로 일어난 일까지 몽땅 묶여버려 규모가 커진다"며 "범죄성이 있는 경우와 운영 오류를 구분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지점·법인에서 발생한 사고를 공시하는 게 적합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신한은행은 베트남 법인에서 현지 채용 직원이 약 37억원의 횡령 사고를 일으켰다고 공시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외국에서 벌어진 사고는 우리나라 금감원의 감독 관할 지역이 아닌데 국내에서 금융사고를 공시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현재 은행법 시행령은 공시대상에 대한 규정이 명확치 않아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회수 가능 금액을 공시에 반영해야 한단 의견도 많다. 현재는 담보물이 있어 회수가 가능한 경우에도 10일 내 공시하기 위해 손실분 '미정'으로 제출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A은행 관계자는 "500억원 사고가 났다고 해도 실제 손실액은 절반이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며 "그런데도 '500억 금융사고'라고 크게 보도되니 은행 이미지만 타격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공시를 1·2차로 나눠서 1차 땐 사고 발생 총액만 알리고 유형이나 주체는 충분한 조사 후 2차 때 알리는 것이 시장에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새 금융당국 수장이 제도 정비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각에서 나온다. C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강화는 중요하지만 은행이 손해본 것까지 금융사고로 공시하는 게 소비자보호 강화인지 의문"이라며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순 있지만 대부분 직접적 피해가 가지 않기 때문에 공시체제를 개선해 불필요한 불안감 조성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금융사의 금융사고를 과대 측정해 등급을 낮추면 조달비용이 올라가 결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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