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갤러리] 천경숙 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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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을 찌푸린 채 창쪽을 바라본다.
오늘도 다를 게 없는 눈앞에 바다 사이로 큰 배가 진동을 내면서 잠을 깨운다.
멋진 바다를 무시하고 살아온 자신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러면서 눈은 바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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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한쪽 눈을 찌푸린 채 창쪽을 바라본다. 오늘도 다를 게 없는 눈앞에 바다 사이로 큰 배가 진동을 내면서 잠을 깨운다. 분명 시골인데. 시끄러운 소음과 수만 마리의 새들과 전쟁을 치르는 나는 그림쟁이다. 물감 한뭉탱이 바르고 바다해무로 적당히 반죽을 하면 감사히 바른다. 뒤쪽 산의 과일과 앞은 천지가 조화부리듯 섬 여자를 반기고. 좋음도 얼마 남지 않은 기분은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오기 때문. 멋진 바다를 무시하고 살아온 자신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천혜의 자연경관은 여느 섬 못지않은 신이 만든 섬. 이제는 농민도 주민도 불안과 좋음의 상반된 입장들을 암시한다. 파도 따라 흘러오는 희망과 한숨이 뒤섞인다. 한편에는 축배인지는 몰라도 술로 달래는 분위기가 묘하다. 일자리가 없어 일어나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다. 그러면서 눈은 바다를 본다. 그래도 나는 그림으로 달래면 되지만…. 이 바다를 보았는가. 보석같이 영상으로 보여주는 내 바다는 어느 날은 끝없는 물안개로 희열로 감싸고 그 멋진 표현은 신만이 할 수 있다. 신의 손을 빌려 나의 하루는 물감과 싸운다. 색감의 표현에 따라 좌절과 행복을 맛본다. 잘못됨을 인식한 눈은 아궁이의 불 속에 던져진 그림을 물끄러미 보면서. 언제까지 만족한 그림이 나올까 끝도 없는 작업이지만 늘상 자신과의 싸움이고 좋아하는 그림은 뭘까 되새긴다. 여자의 삶이 온전히 마음을 열 때 내 바다가 보내는 아린 마음을 또 나를 기억하려 한다. 이제 세상으로 나가는 건 어떨까. 내 영혼의 짝꿍을 버려야 하는 나는 섬밖에 모르는 여자다. 다시 노을이 몽돌을 덮고 어둑한 이 밤에 눈 감고 생각한다. 어디로 가야 하나. 나는 아직 섬에 사는 그림쟁이다.
(서양화·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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