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문화권(Korean culture field)’ 공명의 문명을 향해

21세기, 우리는 지금 왜 '코리안 문화권'을 말해야 하는가. 우리 역사 속에는 주체적으로 형성·주도한 문화권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체계화한 적은 거의 없었다. 혈연·언어·역사적인 연속성을 토대로 한 주체의 규정도, 활동 공간의 범위와 구조에 대한 분석도 미흡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는 '동방문명', '고조선 문명권' 등의 개념을 만들고 역사적으로 규명해 왔다. '고조선 문명권과 해륙활동' 문화란 삶의 양식이자 그 총체적 결과물이다. 국가와 민족은 정치·사회 논리, 사상과 종교를 포함한 문화 체계를 갖추며, 유사한 체제를 공유하는 집합이 문화권이다.
# 문명의 대전환기
오늘날은 문화의 변화를 넘어 '문명의 대전환기(Big Shift)'다. 첨단기술, 거대 자본,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로 발전했지만 더불어 공동체 붕괴, 도덕성 상실, AI 시대의 실존적 소외, 종교 기능의 공백, 세대 갈등, 환경 파괴 등이 뿌리 깊게 내렸다. 과거의 소외가 개인과 소수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인류 전체의 실존을 위협할 정도다.
문화에서도 주체·공간·기술·산업·예술 등 전 분야에서 폭발적인 변화가 생기는 중이다. 세계는 '문화의 시대', 즉 'Culture Power'의 비중이 높아지는 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등 강대국 문화가 중심이다. 이제 문화의 개념과 역할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인류의 목표는 생존과 생활을 넘어 내면의 안정과 행복, 공동의 존재라는 확인이다. 온갖 종류의 소외는 폭력과 물리적 승리가 아닌, 공명·풀림·상생의 방식으로 극복해야 한다.
문명의 전환기에는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다. 근대 이전에는 왕·귀족·부르주아가, 근대 이후 산업화 시대에는 대중이 문화의 소비자였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신기술로 무장한 Z세대와 글로벌 청년층이 문화의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나섰다. 그들의 무대는 사이버 공간이며, 언어는 국경을 넘어선 인터넷 언어다.
훌륭한 문화는 시대정신에 적합한 '터'에서 생성하고 발전한다. 때문에 19~20세기 문화의 중심은 근대화에 성공한 미국·유럽이었다. 하지만 부분적이지만 흑인, 히스패닉으로 이동했고, 이제는 동양으로 향한다. 일본은 폐쇄성과 형식 과잉, 익숙함으로 '신비의 동양' 이미지를 잃었고, 중국은 제국주의·공산주의적 이미지와 세계인들의 정치·문화적 반감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한국은 신비롭고 순수하며, 첨단기술력·독창적 문화·역사성을 조화롭게 지닌 성공 모델로 부상했다. 특히 K-pop은 동아시아적 신화의 재현이자 탈서구적 세계관의 발현이다. 특히 IT 기반의 기술력과 사회 시스템으로는 대도시나 제국 중심이 아닌 제3의 공간이 유효할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새로운 문화 생성의 '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 코리아니즘과 '공명의 코리아'
'한민족 문화권'은 의식의 흐름, 기억의 공유, 기술·신앙이 맞물린 3중 유기체였다. 핵심지역(Core zone)은 한반도·남만주·바다라는 동아지중해 공간, 알타이어계+한자 혼용의 언어, 하늘·조상 숭배, 샤머니즘+유불선의 신앙, 생활과 생명 중시의 산업, 소박한 미학 등으로 채워졌다. 근접지역(Inner ring)은 연해주 남부, 요서, 북만주, 산둥, 대마도, 일본열도로 이어지는 생활권과 교류권이다. 환류지역(Feedback zone)은 북방 초원,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해안까지 연동된 원거리 상호 영향권이다.
그런데 한국은 더 이상 '조선의 연장'이 아니고 '한민족만의 나라'가 아니다. 전통문화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사상·기술·문화·사람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코리안의 나라'다. 정치·군사·경제적 팽창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공명의 문화가 성장하는 공간인 '코리안 문화권'의 배양지다. 그리고 '코리아니즘(Koreanism)'은 코리안 문화권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고, 실천의 윤리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사상·사회철학이다. 핵심은 생명의 환류, 상생, 공명인데 IT와 감성문화로 공명을 일으키는 21세기 신문명의 요소다. 지금처럼 코리안 문화가 공명하는 문화권이 확산되면 한민족인 코리안은 21세기 인류 문명의 전환기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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