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료로 위탁 생산하는 저가 건기식... 글로벌 경쟁력 상실

비타민·유산균 등 건강 기능 식품(건기식)이 생활용품점 다이소와 편의점 등에 진출하며 이른바 ‘가성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간 주로 온라인으로 판매되던 건기식의 품질을 일부 낮추는 대신,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소비자들도 3000~5000원에 건강을 챙길 수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조사들의 저가 경쟁이 장기적으로 건기식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좋은 원료를 개발하는 대신 저렴한 외국산 원료를 들여와 외주 공장에서 제조하는 방식으로 건기식이 양산되는 현실 때문이다.
◇저가 건기식 열풍의 이면
지난 2월 제약사들과 함께 건기식 시장에 진출한 다이소는 제품 수와 판매 지점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처음 3개 업체 30여 종이었던 건기식 제품군은 8개 업체 60여 종으로 늘어났다. 건기식을 판매하는 지점도 200곳에서 1200곳으로 많아졌다. 다이소는 건기식 1개월분을 3000원·5000원으로 책정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여러 성분을 복합적으로 넣은 프리미엄 건기식과 다르게, 단일 성분 위주로 제조해 가격을 낮췄다. 편의점 업계도 제약사들의 건기식 판매를 늘리고 있다. GS25는 점포 5000여 곳, CU는 6000여 곳에서 최근 건기식 판매를 시작했다.
건기식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하면서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1년 5조원을 넘긴 뒤 2022년 5조3900억원, 2023년 5조1600억원, 2024년 5조700억원으로 정체하고 있다. 포화 시장에서도 건기식 등록 제품 수는 2021년 3만3456개에서 작년 4만1896개로 급증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경쟁이 건기식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건기식 상당수는 비용 절감을 위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만들어진다. 위탁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진 건기식이 업체별로 상표만 다르게 붙어 판매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 입장에서 건기식은 안정적으로 수입을 가져다주는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이기 때문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연구나 생산 설비 구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R&D에 집중하기보다는 더 저렴하게 생산해 주는 OEM 업체를 찾아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수출 경쟁력 악화 우려
건기식 산업의 활로를 뚫어줄 수출도 쉽지 않다. 지난해 기준 건기식 수출액은 3802억원에 그친 데 반해 수입액은 1조4417억원에 달한다. 무역 적자만 1조615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 중 건기식 원료 수입액이 8170억원으로, 전체 수입액의 57%를 차지한다. 좋은 원료에 대한 연구와 투자 대신, 값싼 해외 원료를 수입해 OEM 방식으로 저가 생산하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만큼의 제품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무분별한 가격 경쟁으로 건기식 이상 사례와 과대광고 신고도 늘고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기식 이상 사례 신고·접수 건수는 2316건으로, 전년(1434건) 대비 61% 늘어났다. 건기식 관련 과대광고 신고도 1459건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전략으로 당장은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앞다퉈 좋은 원료를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해외 시장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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