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뒤늦게 “윤석열 방어권 권고, 수사기관이 수용” 생색
비중 컸던 헌재·서울중앙지법 등은 답 안 해
상반기 진정사건 처리 감소…침해사건 급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내란 옹호’ 논란을 빚은 ‘윤석열 방어권 보장 권고’에 대해 대검찰청 등 5개 수사기관이 수용 의사를 회신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선고를 통해 이미 비상계엄에 대한 판단이 났음에도, 3~5개월 전 수사기관의 원론적 회신내용으로 인권위의 판단이 옳았던 것처럼 왜곡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인권위는 27일 오전 제16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계엄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방지 대책 권고 및 수용여부 보고의 건’을 처리했다. 이 안건은 지난 2월10일 전원위에서 인권위 안팎의 강력한 반발을 부른 끝에 표결로 통과된 바 있다. 조사총괄과장은 “대검찰청,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 국방부 검찰단이 ‘계엄 선포와 관련된 범죄 수사에 있어서 형사법의 대원칙인 불구속 수사 원칙을 유념하라’는 인권위 권고에 이의 없이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보고했다.
한겨레가 5개 조사기관의 회신 결과를 확인해 본 결과, 대부분 권고를 받은 뒤 3개월 안에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올해 3월14일, 대검찰청은 5월7일, 국방부 검찰단은 5월9일, 국가수사본부는 5월13일에 회신했다. 공수처만 3개월을 넘긴 7월14일에 회신했다. 내용 또한 인권위의 권고를 따른다기보다는 “인권보호수사규칙 및 체포·구속 업무 처리 지침 등을 준수해 업무처리 중이며 향후에도 위 규정을 준수할 예정”(대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한 가운데 수사하겠다”(국방부 조사본부)는 등의 보편적인 수사원칙을 밝힌 것이다.
조사총괄과장의 보고가 끝난 뒤 안창호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대해서는 단순히 우리가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수사기관과 함께 의견표명을 한 헌법재판소와 서울중앙지방법원, 중앙지역군사법원이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결정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견표명 대상이 헌재와 법원이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당시 헌법재판소 등 재판부에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심리 시,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 실시 등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불구속재판 원칙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면서 결정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판단을 담았다.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그 의결에 나아가는 것은 피소추자인 국가기관을 외포시키는 강압의 행사”,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필요성) 주장에 긍정적인 국민 여론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혹여 인권위가 피권고기관 모두 인권위의 ‘윤석열 방어권 권고’를 수용했다고 사실을 왜곡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지난 4월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이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읽은 판결문을 보면 인권위 의견표명과 권고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에 찬성한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한석훈·이한별·강정혜 위원은 지난 7월 인권단체들에 의해 내란 선동·선전 혐의 등으로 ‘내란 특검’에 고발된 상태다.

한편 이날 전원위에서는 ‘2025년 상반기 진정사건 처리 및 권고이행 현황 보고’의 건도 처리했다. 조사총괄과장이 보고한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진정사건은 5085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4877건보다 4% 증가했으나, 진정사건 처리 건수는 4500건으로 지난해 5150건에 비해 12.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고 건수도 지난해 129건에서 올해 99건으로 23% 급감했다. 특히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사건이 포함된 침해사건의 권고건수는 84건에서 46건으로 45% 뚝 떨어졌다. 이는 2023년 340건에 비하면 무려 85%나 떨어진 수치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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