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과반 ‘트럼프의 사람들’로 채워지나…채권시장 혼란 우려

정유진 기자 2025. 8. 27. 14: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 건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하면서, 연준의 과반이 ‘트럼프의 사람들’로 채워질 상황에 놓였다. 연준 독립성 우려로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차는 3년 만에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쿡 이사의 후임으로 “아주 훌륭한 인물들”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쿡 이사를 겨냥해 “(법) 위반을 저지른 것 같은데, 그래선 안 된다. 그가 모기지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연방주택금융청이 쿡 이사에 대해 두 건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포착해 법무부에 수사 의뢰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를 빌미로 쿡 이사를 즉각 해임한다고 밝히면서 해임 통보 서한을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이렇게 되면 총 7명의 이사로 구성된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사람들이 4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연준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2022년 연임한 제롬 파월 의장까지 합해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임명된 사람들이 5대 2로 대다수였지만, 이달 초 자진 사퇴한 애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에 이어 쿡 이사까지 연준을 떠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 임명자가 4대 3으로 더 많아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글러 전 이사와 쿡 이사의 자리를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로 채우려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속셈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우리는 곧 (연준에서) 다수를 갖게 될 것이며, 우리가 다수를 확보하면 아주 훌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연준을 연일 비판하면서 현재 4.25∼4.50%인 금리를 1% 수준으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해임 통보를 받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리사 쿡 이사. 로이터연합뉴스

금리 결정은 당연직인 연준 이사 7명과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그리고 1년씩 순환제로 돌아가는 그 외 지역 연은 총재 4명 등 총 12명이 투표권을 가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연준 과반 확보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대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때문에 지역 연은 12곳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검토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5년마다 이뤄지는 연은 총재 재임명 투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역임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원들이 더 이상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위협받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연준 장악 시도가 FOMC 구성원 전원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쿡 이사는 “부당한 해임”이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통보 후 성명을 내고 “대통령에겐 연준 이사를 해임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나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고 내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까지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한 전례는 없다. 연준법 상 대통령은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중범죄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로 해석된다. 쿡 이사는 아직 공식 수사가 개시된 상태가 아니다.

쿡 이사가 부당 해임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힘에 따라, 최종 결정은 연방대법원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연준은 공식 성명을 내고 “연준은 법원의 어떠한 결정이든 따르겠다”고 밝혔다.

연준의 독립성이 위협받으면서 세계 채권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이날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2년물과 30년물 금리 차이가 장중 한때 1.25%포인트로 확대돼 3년 만의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으로 2년물 금리가 하락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장기금리를 밀어 올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