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이 무덤 될 수도"… 조국이 건드린 광주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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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텃밭에 뭐가 있나 봐 봐. 다들 잔챙이뿐이잖아."
27일 오전 휴대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광주 지역 정가 원로 A씨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참여자치21이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을 비판하기 앞서 우선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자세로, 참신한 인재가 지역 정치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공천 시스템을 바꾸라"고 일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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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잔챙이뿐" 비판 목소리
시민단체 "공천 체계 바꿔야" 일침

"지금 텃밭에 뭐가 있나 봐 봐. 다들 잔챙이뿐이잖아."
27일 오전 휴대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광주 지역 정가 원로 A씨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그는 전화 통화 내내 "텃밭이 무덤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전날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의 광주 방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자숙 없는 정치 복귀", "지방 선거용 이벤트"라는 뒷담화가 나오자 일갈한 것이다. A씨는 "조 원장의 호남행은 민주당 텃밭의 민낯을 까발리는 효과가 있다"고도 했다.
실제 그랬다. 조 원장이 사면·복권 이후 첫 지역 행보로 광주(호남)를 선택하자 민주당을 축으로 한 지역 정치권 반응은 대체로 불편함 그 자체였다. 여기엔 조 원장 행보가 호남의 민주당 일당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지역 정가의 또 다른 인사는 "호남에서 오랫동안 구축돼 온 '민주당 독점 정치 구조'에 안주한 정치인들에겐 위협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치 경쟁의 실종을 의미하는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은 오래 전부터 호남 정치의 무덤을 파왔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시민의 삶을 이야기하기보다 권리 당원 모집과 계파에 더 집중했고, 지방의회 의원들은 줄서기와 눈치보기로 정치를 대체했다. 민주당 독점이 만들어낸 구조적 병리다. 이는 지역 시민 사회가 "민주당이 일반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빼앗았다"고 절망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만큼 민주당에 대한 피로감도 컸다는 얘기다. 조 원장의 호남행은 새로운 정치적 선택지를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숨은 외침에 귀 기울인 결과일 수 있다.
해서,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의 부상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유권자들의 투표장 이탈이다. 2022년 지방 선거 당시 광주의 투표율이 전국 최하위인 37.7%에 그친 건 정치 혐오의 신호이자 민주당에 보낸 경고였다. 참여자치21이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을 비판하기 앞서 우선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자세로, 참신한 인재가 지역 정치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공천 시스템을 바꾸라"고 일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호남 유권자들은 더 이상 '한 당'만을 지지하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였다. 과연 정치가 그 준비에 응답할 수 있을까.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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