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담배연기 해롭다"던 친구, 한 달도 안 돼 금연 실패

흐릿한 기억이지만, 시골 할머니 품에서 맡던 담배 냄새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뒷골목에 숨어 재미삼아 피운 담배도 지금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난다. 그러나 오늘 오후 좁은 길을 걷다 앞사람의 담배연기를 마시고는 몹시 불쾌해졌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라 하더라도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흡연은 분명히 문제다.
홍콩은 도시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고, 싱가포르는 흡연 과태료를 108만 원으로 인상했다. 호주는 아파트 내 흡연에 최대 304만 원까지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골초라 불리는 친구들조차 남의 담배연기에는 얼굴을 찌푸린다. 그만큼 담배연기가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회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고향 친구는 아내를 위해 40년 넘게 피운 담배를 끊겠다고 했지만 한 달도 안 돼 금연에 실패했다. 자신도 한심하다며 하소연했지만, 결국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중독에 있었다.
더욱이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는 전자담배 무인판매소가 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다. 흡연은 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그 피해는 결코 개인에 머무르지 않는다.
독이 퍼지면 바로 제재하듯, 흡연 역시 적극적으로 막아야 할 사안이다.
다행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반가운 마음에 지지 서명에 동참했다. 이번 소송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에 대해 제조사의 책임을 묻는 첫 시도로서, 폐암 발생률이 비흡연자보다 7.4배나 높다는 사실과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간접흡연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교육기관인 대학도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경인여자대학교는 교내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계양구 보건소와 함께 금연클리닉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금연을 돕고 있다. 또한 금연 캠페인을 전개하고 청소년 흡연 예방 교육을 이어가며 건강한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금연은 개인의 결심만으로는 쉽지 않기에, 대학이 나서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교육적 책무라 할 수 있다.
매년 흡연으로 6만 명이 사망하고, 건강보험 재정에서 3조 5000억 원이 투입되는 현실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소송은 보험자의 정당한 책임 수행이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위한 길이다. 초고령·저출산 시대를 맞아 담배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육동인 경인여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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