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M] 트럼프판 계엄‥일상이 된 군 투입은 어디까지 가나?

그런데 이제 이 군인들은 워싱턴의 곳곳의 풍경이 됐습니다. 아래 사진들에서 보듯 박물관과 기념물들이 모인 관광지인 내셔널몰을 비롯해 식당이나 술집, 아이들 놀이터 등등 어디에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군인들은 모두 주방위군인데 워싱턴에 주방위군이 투입된 건 2주 전인 현지시간 8월 11일부터였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진 무장은 하지 않았는데요. 그러나 일요일부터 권총은 물론 일부 부대는 M4소총까지 휴대하고 순찰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입니다. 미국 국방부는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워싱턴 DC에 배치된 주방위군이 권총과 소총을 소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들 무기는 부대원에게 실제적인 위협이 가해질 때만 규정에 따라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이번 주부터는 무장지시까지 내린 것이죠. 이렇게 해서 워싱턴이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해졌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를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관련한 언급을 했습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워싱턴의 치안이 좋아졌다며 11일간 살인사건이 없었다고 서울보다 안전해졌다고 자부하긴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폭스뉴스는 최대 1천700명이 시카고 등에 배치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주방위군은 미국에만 있는 독특한 군대조직입니다.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 식민지시절까지 가는데요. 주민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든 Minutemen, 즉 민병대가 시초입니다. 미국 독립전쟁 때 각 주들이 모여서 독립을 결의하고 영국과 싸웠고 그때 주력이 된 군대는 각 주 주민들의 민병대였습니다. 이런 전통이 이어져서 각주가 자치권을 가지는 연방주의가 미국의 토대가 됐고 각 주는 자체적인 군대인 주방위군도 가지게 된 겁니다.
그러나 외교와 국방권은 연방정부가 가지니 연방정부의 통제도 받습니다. 그래서 주방위군은 연방과 주정부 모두의 통제를 받는 하이브리드적 구조를 갖게 됐는데요. 평시에는 해당 주의 주지사 지휘 아래 주방위나 재난대응임무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전시나 이에 준하는 위기상황에선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서 연방군으로 전환되는 겁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국가비상상황에서만 군이 국내치안에 투입되는 것이 원칙이겠는데 그런 예외적 사항은 헌법과 법률로 엄격히 제한됩니다. 이런 원칙이 깨지는 일을 우리 국민은 물론 지난겨울에 몸으로 겪긴 했지만요.
아무튼 미국의 주방위군도 기본적으로 동원될 때는 법적, 제도적 요건이 엄격히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 주의 군대다 보니 주지사의 요청이 있어야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는데 다만 그런 예외상황을 규정한 법이 따로 있습니다. 1807년에 제정된 반란법, Insurrection Act 입니다. 폭동이나 연방정부에 대한 무장봉기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만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주지사 동의 없이 동원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예외적으로 주지사 요청 없이 주방위군이 동원된 역사적 사례가 있기는 합니다.
흑인민권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인 1965년에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은 앨라배마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방위군을 앨라배마에 투입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는 셀마다리 행진으로 대표되는 인권시위대의 행진에서 시위대가 주 경찰들에 의해 무차별 공격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존슨 대통령이 시위대를 보호하고 치안도 확보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동원한 겁니다. 즉 공익적 목적 때문에 주지사 동의 없이 동원한 건데 이때 주지사는 흑인시위대의 안전엔 관심이 없었다고 하니 대통령의 조치는 정당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도 이번에 린든 존슨 대통령이후 60년 만에 주지사 동의 없이 주방위군을 동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도를 넘었다며 지난 6월 캘리포니아에 주방위군 2천 명을 투입했습니다. 이번 일련의 주방위군 투입의 첫 사례였습니다. 워싱턴시는 주는 아니고 연방직속의 특별구역이란 지위에 있지만 역시 워싱턴 시장 동의 없이 주방위군이 투입된 건 마찬가지입니다. 60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고 있는 겁니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세가 강한 곳이고 현재 주지사인 개빈 뉴섬은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합니다. 워싱턴DC의 뮤리엘 바우저 시장도 민주당 소속이고 워싱턴 자체도 민주당세가 아주 강합니다.
이 트럼프의 법과 질서 담론을 따라가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법과 질서의 수호자이고 민주당 주지사와 시장들은 기본 치안도 못 지키는 무능한 지도자들로 '법과 질서' 담론 안에서 위치가 지워지는 겁니다.

또 일반적인 민주주의 자체의 원칙만 놓고 보면 더 근본적인 문제가 나오는데요. 군이란 최고의 물리력을 가진 집단을 외적 때문이 아니라 내부문제로 동원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0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도 "우리의 적은 둘"이라면서 "내부의 적이 중국, 러시아 같은 외부의 적보다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의 위기를 해결한다며 주방위군을 동원한 것인데요. 불법이민자 단속에 대한 저항, 노숙자, 시위대 모두 내부의 적으로 간주되는 것입니다. 이민에 적대적인 지지층을 결속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은 적의 위치로 보내는 겁니다.
거기에 작년 우리처럼 계엄령이 선포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한 무력집단인 군이 무장한채 거리에 나타나 일상의 풍경이 된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위축이라 할만 합니다. 무장한 군인들 앞에서 거리 시위는 엄청난 모험이 될 것이고 시민들도 외부로 드러나는 행동 하나하나도 조심하게 될 테니까요.
바로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 주방위군의 투입이라고 결론 내리기엔 아직 이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상적인 자기검열의 우려가 커졌다는 것만으로도 민주주의의 위기가 시작됐다고 말하는 건 무리가 아닐 겁니다.
《뉴스인사이트팀 전봉기 논설위원》
전봉기 기자(leadship@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749707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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