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46% ↓ 무 37% ↓… ‘풍년의 덫’에 걸린 농가

장상민 기자 2025. 8. 2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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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여름 채소류 풍년이 농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침수 피해를 비켜 간 채소들이 일제히 풍작을 기록하면서 시장에는 물량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농민들은 '가난한 풍년'에 울상을 짓고 있다.

당장 이번 여름 가격 폭락을 겪은 당근·오이 등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면 농가 소득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풍작과 흉작에 따른 시장격리·보상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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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산물 공급과잉에 가격 하락
호우 피해대비 파종 늘렸지만
올 ‘마른 장마’로 수급 불균형
농산물 판매가지수 떨어지고
생산 비용은 늘어 우려 심화
농안법 적용 땐 논란 커질 듯

때아닌 여름 채소류 풍년이 농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침수 피해를 비켜 간 채소들이 일제히 풍작을 기록하면서 시장에는 물량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농민들은 ‘가난한 풍년’에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무(1개) 소매가격은 2431원으로 전년보다 37.2% 떨어졌고, 당근(100g)은 3630원으로 46.7% 급락했다. 오이는 10.9%, 상추는 27.4% 각각 하락했다. 5개년도 평균인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무는 17.1%, 당근은 18.9%, 오이는 6.1% 낮아 이례적으로 저렴하다.

해당 채소들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수확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잦아, 농민들은 올해도 피해를 감안해 여유 있게 파종했다. 그러나 올해는 장마 기간이 이르게 끝난 데다 큰비보다 갠 날이 더 많은 마른장마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침수 피해가 적어 파종한 물량이 고스란히 출하로 이어졌고 시장은 단숨에 공급 과잉으로 기울었다. 풍작은 곧 가격 폭락을 불렀다.

가격 폭락 속에서도 생산을 위한 농가 비용은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이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지난 21일 발간한 ‘농업농촌경제동향 2025 여름’에 따르면 2분기 농가 판매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3.1% 하락했음에도 농가구입가격지수는 보합세를 보였다. 세부적으로 노무비는 1.3%, 자산구입비는 2.5%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을 팔아 얻는 수입은 줄었는데 농기계·시설 같은 장비 비용과 인건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농가들이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이처럼 흉년과 풍년의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져 수급 불균형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수급조절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을 내년 중 시행한다. 농안법 개정안에 따라 평균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생산비 등을 보전하는 ‘농산물가격안정제도’가 도입된다. 농식품부도 농산물가격안정제도의 대상 품목과 운영방식 등 세부 기준 마련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전통적으로 가계 소비 비중이 높아 수급 안정 필요성이 인정되는 무·배추·양파·마늘·건고추 등 이른바 ‘5대 채소’에 대해 ‘채소가격안정제’를 적용해 왔다. 농산물가격안정제까지 시행되면 5대 채소 이외의 작물을 생산하는 농가도 생산비 보전을 적극 요구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당장 이번 여름 가격 폭락을 겪은 당근·오이 등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면 농가 소득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풍작과 흉작에 따른 시장격리·보상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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