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문[유희경의 시:선(詩: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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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영하는 서점은 남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명랑한 소리를 내는 작은 종이 달린 서점 문.
며칠 전부터 1층 서점 문에서 삐걱대는 소음이 나기 시작했다.
너 역시 우리 서점의 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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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낡은 현관문에게/겸손할 수밖에 없었다//언젠가 문틀이 주저앉아/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을 거라는/진단 이후였다//고쳐보겠다고 험한 망치질을 하고/오늘도 늦었다고 너도나도/꽝, 꽝 여닫고 다닌 시간을 살았다
-황규관 ‘현관문’(시집‘뒤로 걷는 길’)
내가 운영하는 서점은 남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단 문이 없다. 문 대신 나선계단이 있다. 나선계단 아래는 또 다른 서점이다. 사장이 다른 사람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서로 다른 서점이 나선계단을 사이에 두고 1층과 2층을 나눠 쓰고 있는 셈이다.
1층에는 시집을 제외한 다른 서적을 판매한다. 2층 나의 서점에선 시집만 판매한다. 1층을 찾은 손님은 호기심을 따라 2층 위로 올라온다. 2층을 찾은 손님은 필히 1층을 거쳐와야 한다. 그러니 상호보완이다. 10년 가까이 탈 없이 함께해왔으니 성공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움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나는 문을 가지고 싶다. 명랑한 소리를 내는 작은 종이 달린 서점 문. 문이 열리면 바짝 고개를 들고 어서 오세요, 반기고 싶다. 문을 열고 나서는 사람에겐 또 오세요, 덧붙이고 싶다. 낭독회 알림 포스터를 붙여도 근사하겠다. 문을 가지려면 더 비싼 임차료를 내야 할 터다. 1층 정다운 이웃도 잃겠지. 나는 서점 문을 포기했다. 대신 다른 것을 얻었다. 삐걱삐걱 계단을 밟고 올라서는 발소리. 점점 가까워지는 기척 말이다. 계단 앞을 서성대다가 마침내 계단을 따라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면 설레기 시작한다. 그가 다 올라설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사를 건넨다. 어서 오세요. 느닷없이 도착하게 된 시집 서점으로.
며칠 전부터 1층 서점 문에서 삐걱대는 소음이 나기 시작했다. 그간 오간 사람들이 밀고 당겨 조금 주저앉은 모양이다. 어째 미안했다. 너 역시 우리 서점의 문인데. 그간 나선계단만 신경 쓰고 너를 모른 체했었구나. 경첩의 나사를 조이고 기름칠을 해주었더니 말끔해졌다. 몇 년은 거뜬하지 않을까. 그때까지 1층 서점도 나의 서점도 무사했으면 좋겠다. 그러니, 잘 부탁해.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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