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회담서 돌발변수 억제…李대통령 순발력으로 선방”

신대원 2025. 8. 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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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평가…“日 먼저 찾은 빌드업 성공”
韓 외교·안보정책 근간, 단단하게 다져
李대통령 개인기, 트럼프에 메시지 전달
불협화음 없었지만 향후 협상 준비 필요

이재명 대통령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연쇄 회담을 위한 3박6일 순방 일정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전문가들은 애초 우려가 컸던데 비해 선방한 정상외교였다고 입을 모았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개인적 친분과 신뢰를 돈독히 하고 한미관계의 큰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향후 한국 외교·안보정책의 근간을 단단히 다졌다는 평가다.

다만 애초 한미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민감한 경제·안보 이슈들이 후속 실무논의로 넘어간 만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뒤따른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27일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우려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변수를 억제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 대통령 특유의 순발력과 역량이 발휘됐다”며 “미국도 한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을 푸대접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공동성명이나 공동보도문이 없어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일단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텄다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진단했다. 장 연구원은 이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인데 한미가 앞으로 많은 실무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우호적으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맞춤형 발언을 통해 호감을 사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나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처럼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외교 참사’를 피한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직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리는가하면 특검의 주한미군기지와 교회 압수수색 문제를 거론해가며 긴장감을 높였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에는 이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친밀감을 드러냈고,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가게 될 것이다. 나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전달하기까지 했다.

이 대통령이 미국에 앞서 일본을 찾은 게 한미정상회담 선방의 성공적인 포석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일본에서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과 관련해 이전 정부 합의지만 국가로서 약속이니 지키겠다고 한 것은 한일관계는 물론 미국에도 좋은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이재명 정부에 대해 이념적으로 불신을 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한미일 협력에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 대통령이 개인기를 발휘해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할만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도 했지만 미국에 앞서 일본부터 찾으면서 한국의 존재감을 키웠고 성공적인 빌드업이 됐다”면서 “앞으로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풀어가는데 있어서 굉장히 좋은 토대를 쌓았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청구서’ 제시에 앞서 선제적으로 국방비 증액을 거론한 것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 대통령이 한반도 방위에 있어서 한국이 주된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미국산 무기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국방비도 증액하겠다고 말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적절한 대처였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미가 정상회담에서 불협화음을 노정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경제·안보 협상을 이어가야하는 만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섭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동맹 현대화가 부각되지 않은 것은 어려운 숙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보류한 것”이라며 “미국도 새 국방전략문서(NDS)나 해외주둔 미군 태세 등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충분한 준비가 안됐을 수 있는데 앞으로 이어질 논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숙청, 혁명 언급이 보여주듯이 한국 국내 극우진영의 압박과 미국의 연계 가능성은 이재명 정부의 대외정책과 행보를 제약할 수 있다”며 “한국 국내정치 상황이 미국의 압박에 취약하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 간 대화에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한국 패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용석 연구원은 “한국으로서는 북미가 핵문제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구조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속이 타들어가더라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없는 자리에서 우리 문제가 결정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대원·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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