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준기 수원시인협회장 “연좌제 끊어내고 ‘오빠 생각’ 지역 콘텐츠로 만들어야”

"수원 출신 최순애가 만든 '오빠 생각'은 모든 국민이 아는 국민 동요지만 여러 이유로 선양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쉽다. 편견을 걷어내고 오빠 생각을 널리 알려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를 확산해야 한다."
김준기 수원시인협회 회장은 오는 11월 발표 100주년을 맞이하는 국민 동요 '오빠 생각'을 수원 고유의 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창작자 최순애에 씌워진 연좌제의 사슬을 걷어내고 지역이 뜻을 모아 선양 사업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빠 생각'은 최순애가 1925년 12살의 나이에 잡지 '어린이'에 투고한 동시에 박태준 작곡가가 곡을 붙여 만든 노래다.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를 피해 고향을 떠난 오빠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애틋하게 잘 드러나 있어 발표 이후 '국민 동요'로 등극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다.
김 회장은 오는 11월이 '오빠 생각'이 발표된지 100주년이 되는 시기여서 작품을 조명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최순애와 오빠 생각에 대해 지역의 전반적인 관심이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김 회장은 "관내 10여 개의 문화예술 단체가 오빠 생각 발표 100주년을 기념해 최순애와 곡에 대한 선양 사업을 추진하자고 뜻을 모았지만 현재 여러 난관을 겪고 있다"며 "곡이 수원의 콘텐츠라는 것을 시민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노래비 건립을 추진했지만 수원시가 건립 부지 제공에 미온적이어서 사업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에서 기부금 모금 승인까지 받았지만, 부지가 확정되지 않은 탓에 모금도 좌초됐다"며 "이후 수원문화도시포럼이 노래비 제작 예산을 따로 편성했음에도 부지를 확보할 수 없어 올해 노래비 건립이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부지 제공에 미온적인 시의 태도는 최순애와 관련된 '친일 프레임'의 부담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김 회장은 최순애 개인은 친일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가 부지 제공이 힘들다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순애의 오빠인 최신복과 남편 이원수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있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다만 최순애는 친일 행적과 관련이 없으며 작품 발표 당시 나이가 12살이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친일을 이유로 100주년을 외면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수원문화도시포럼이 주최한 '오빠 생각의 최순애 작가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학술 연구와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해 본다면 최순애의 가족과 관련한 친일 논란을 넘어 작품을 순수 문학·예술로 조명해 지역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남편인 이원수의 출신지인 창원에서는 '이원수 문학관'을 운영하는 한편, 그의 작품 '고향의 봄' 발표 100주년을 맞는 내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지역 콘텐츠를 강화할 채비를 마쳤다"며 "정작 수원은 '오빠 생각'이라는 걸출한 콘텐츠를 보유하고도 시민들조차 수원의 콘텐츠인 것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창원이 이원수의 작품을 조명하는 동시에 그의 행적도 숨기지 않고 설명하는 것처럼 수원도 같은 방식으로 지역 콘텐츠 확립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단순히 노래를 알리고 오래 기억하자는 취지가 역사적 해석에 막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수원에는 홍난파의 작품을 비롯해 친일 행적 때문에 조명하지 못하는 여러 콘텐츠가 존재한다. 이런 편견을 깨고 문화예술의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이준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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