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건축가 김원의 건축 이야기(10) 보편적 건축에 관한 소고-④

이세영 2025. 8. 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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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원 건축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제공, 사진가 김중만 작품]

'디테일'에 관해서 많은 건축가가 신경을 많이 쓰는데 '디테일이 좋다'든가 '디테일이 서툴다'라든가 하는 말을 가끔 들어왔다. 내 생각에 건축의 본질을 호도하는 과잉 디테일은 건축가의 타락이라고 본다.

잡지에서 사진으로 볼 때 멋있고 굉장해 보이는 작품이 실제로 가 보면 그보다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재미있는 예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프랑스 출신 세계적 건축가, 디자이너. 현대 아파트의 창시자로 본명은 샤를 에두아르 잔레그리) 경우인데 사진으로 멋있는 그의 작품에 의외로 비가 샌 자국이 상당히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25년 그가 지은 파리 근교의 사보이 주택은 근대건축 5원칙의 충실한 모델로서 만들어졌다. 새 시대의 새로운 건축의 논리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디테일을 새롭게 그리는 무리를 범한 결과, 비가 새는 부분이 있었다.

한옥이 서양 건축에도 영향을 미치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헌 배재대 교수는 최근 발행된 대한건축학회 논문집에 실린 '17~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에서의 극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근대건축에 미친 영향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서양의 근대 건축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의 건축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면서 한옥이 서양 현대건축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르코르뷔지에의 '롱샹교회'와 부석사, 르코르뷔지에가 도미노 시스템을 적용해 설계한 주택인 빌라 사보아와 병산서원의 만대루. << 김종헌교수 제공 >> 2009.3.23

대개 유명한 건축가가 마음먹고 지은 작품이 비가 새는 경우가 있었다. 건축의 원초적 목적이 비를 피하는 것인데, 비를 안 새게 하려면 그 디테일은 그 지방의 강우 조건에 맞는 전통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쉽다. 그 방식은 오랜 세월 다듬어져서 그야말로 빈틈이 없다.

그 쉬운 것을 포용하고도 새로운 주장을 펼 수는 없을까.

재료 선택 또한 보편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작업인데, 이때 보편적이란 말은 내구성, 가격, 모양, 질감 등 모든 사람이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일반성을 지녀야 한다. 벽과 천장과 바닥 재료의 선택은 그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감안하고 그 배경이 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한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마음대로 설계해 보라 했을 경우, 어느 방의 벽을 100호 크기의 푸른색 추상화 그림이 걸리기 위한 독특한 재료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어느 그림이 걸려도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벽이 더욱 훌륭한 해결이라는 것이다.

건축물의 유형을 생각해보자.

학교, 주택, 공장, 공항 등은 각각의 건물이 '그래야 하는'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 드골 공항을 보면 이곳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몰려든 사람을 분류, 탑승시키는 편리한 기계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건축가의 개성을 먼저 앞세운 건물로 설계됐다면 결과는 좀 달랐을 것이다.

설계한 건축가 폴 앙드레(Paul Andreu, 1938-2018)는 통조림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같은 것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방법은 보편적인 해결 방법이지만 그 선택은 건축가의 개성에 속하는 것이다.

파리 드골 공항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교 역시 학교라는 공간의 올바른 정형이 어디엔가 쓰여 있을 것 같다는 게 내 확신이다. 현재의 학교-넓은 운동장 끝에 커다란 건물이 일렬로 서 있는-가 지어질 당시는 일제 강점기의 권위주의, 전제주의에 의한 필연적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벗어나야 한다.

불순한 목적이란 보편적이 아니다. 이것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건축가의 가치관이다.

주택의 경우 한때 안양석이라는 돌을 많이 붙였는데 처음 이를 시도한 건축가가 "붉은 안양석을 한번 붙여 보았다"는 말을 했다.

값이 싸다든가, 아름답다든가, 구하기가 쉽다거나 등등의 필연적 이유가 없이 '그저 한번 해봤다'는 식은 적어도 건축가의 태도로서는 곤란하다. 안양석이 아니면 안 되는 필연적 이유를 모색했어야 했다.

의상 디자이너라면 "허리선(waist line)을 한번 강조해 봤다. 레이스를 달아 봤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나 건축의 경우는 모든 것의 결정이 필연성 위에 존재해야 한다.

필자는 뉴욕에 가서 마천루를 보며 이러한 생각을 했다. 불현듯 뉴욕의 고층 건물에 반사된 일반건물의 일그러진 모습이 창살의 격자구조로 조금은 정리된 듯이 보였다. 모더니즘은 그 구조적 필연성으로 인해 인류의 건축과 도시문제에 희망찬 소식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 보편성은 개성적 차별화의 반론인가. 사람들 개개인이 갖는 개별적 요구는 보편화된 일반해(一般解)로 제시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필연성이라는 것은 상당수 이상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인간 욕구(human need)를 절대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대학교 4학년일 때 시청 앞의 옛날 삼성본관이나 뉴코리아 호텔은 상당히 높고 당당하고 굉장한 건물이었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 건물 높이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확장된 결과다.

비틀스가 처음 나왔을 때 그것도 음악이냐고 많은 사람이 말했지만, 지금은 고전이 됐다. 이런 예는 무수히 많다.

인간의 인식 확장을 통해 과거의 가치관은 변할 수 있다. 한 시대에 아름다웠던 것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변할 수 있다. 미이스(Mies vander Robe, 1886-1969, 독일계 미국 건축가)가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라고 한 말에 대해 벤추리(Robert Venturi, 1925-2018)는 '레스 이즈 보어'(Less is bore)라고 했다.

그러나 나 자신에게는 미이스와 벤추리가 다 옳다. 미이스의 작품에 대고 'Less is bore'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유리, 강철, 가벼운 것, 나아가 소위 국제주의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bore'(지루함)를 느낀다.

그 'boring'에 실감이 간다면 다음 시대에는 그 위에 다시 장식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론 삼아 말씀드리자면 건축은 가장 상식적인 요소를 가장 상식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디자인이란 말은 여러 요소 가운데서 하나를 고르는 선택의 과정이다. 그 선택에서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가 하는 것이 나의 선택이다.

중요도를 정하는 행위가 바로 그 사람 철학의 표현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타우트(Bruno Taut, 1858-1938, 독일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가 작품에 서명하지 않는 이유'다. 서명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그 사람의 얼굴이며 철학이자 그의 전부이므로 건축가의 생각, 의욕, 게으름, 욕심, 다변함 등 모두가 그대로 건축물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건축 설계에 천재가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요절한 천재 모차르트가 없는 것이 건축이다. 건축가가 50이 넘어야 뭔가 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은, 건축가는 생활을 알고 인생을 알아야 하는 원숙한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건축이 보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제를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말이 된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필연이란 우연히 떠오른 천재적 영감이 아니다. 필연이란 어디엔가 적혀 있는 정답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정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건축의 이상이며, 건축예술이 회화, 조각, 음악, 시 등 다른 예술과 달리 보편적이어야 하는 건축의 위대함이다.

김원 건축가

▲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국립국악당·통일연수원·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설계. ▲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역임. ▲ 한국인권재단 후원회장 역임. ▲ 서울생태문화포럼 공동대표. ▲ 광화문시민위원회 위원장.

* 더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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