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굴에서 오로라를 본다고?… 이 사진 한 장에 7만 명 몰렸다
편집자주
일상이 된 여행. 이한호 한국일보 여행 담당 기자가 일상에 영감을 주는 요즘 여행을 소개합니다.

전국이 폭염과 폭우에 앓고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여행객의 발이 묶였다. 무더위를 피할 숲속동굴과 비가 와도 운치 있는 천상의 정원에 활짝 핀 수국이 있는 충북 옥천군은 궂은 날씨에도 하루 나들이 코스로 손색이 없다.
'소원동굴'로 변한 폐광산

옥천군 장령산 일대에 숙박시설과 야영장, 등산로 등이 갖춰진 장령산자연휴양림은 30여 년간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다. 올해 4월 '숲속동굴'이 개관하면서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숲속동굴은 장령산 금천계곡 폐철광산을 탈바꿈한 곳이다. 동국광산은 1965년부터 3년간 전국에 철광석을 공급했다. 이곳에서 채굴된 철광석은 순도 45% 이상으로 전국 제철소로 팔려 나갔다. 휴양림이 접한 ‘금천(金川)’도 예전부터 금(金)이 풍부한 광산이 있어 붙은 이름이라 하니 광산과 연이 깊은 곳이다.
하지만 철광산으로서 수명이 다한 뒤 갱도 등은 50년 넘게 방치됐다. 이후 일대에 휴양림이 조성되면서 주변이 정비됐지만 폐광산은 개발되지 않았다. 옥천군이 2019년 국토교통부의 ‘지역 수요맞춤지원 공모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폐광산 개발도 진척됐다.


새 단장을 마친 숲속동굴의 길이는 100m 남짓이다. 10분이면 동굴을 둘러보기 충분하다. 짧은 동선에도 갱도와 광부 등을 재현해 광산의 이야기를 담았고, 알록달록한 조명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관광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이 입소문을 타면서 동굴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옥천군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두 달간 7만3,000여 명이 다녀갔다"며 "통상 같은 기간 휴양림 방문객보다 2만여 명 증가했다"고 말했다.
동굴 내부엔 ‘Y’자로 길이 나 있다. 갈림길 사이에 포토스폿이 나온다. 조화인 등나무의 늘어진 줄기와 이를 밝히는 조명이 영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등나무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동굴의 핵심 공간이 나온다. 푸른 조명을 비춘 동굴 천장에 빛나는 별과 달 조형물을 설치했다. 아담한 면적의 동굴이지만 마치 밤하늘을 바라보는 듯 시야가 트인다. 벽에는 성운을 연상시키는 물결무늬 조명으로 장식돼 있다. SNS에서 '오로라 동굴'로 유명하다.
바닥에 설치한 '소원바위'는 장령산 역사를 알려주면서 방문객들에게 추억을 선사한다. 바위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조헌이 금산전투에 나서며 승리를 기원했다는 장령산 중턱의 바위를 본떴다. 방문객은 소원바위에서 소원을 빌고 주위 철망에 소원을 적은 메모를 걸 수 있다. 광산의 역사를 살려 갱도 내부의 작업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소원바위 왼쪽으로는 ‘별자리길’이 나 있다. 레이저 조명이 통로 상하좌우에 별을 빼곡히 투사한다. 길 끝에는 거대한 거미와 박쥐 모형 등이 설치돼 있어 어린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실제 밤 사냥을 마치고 동굴로 돌아오는 박쥐도 볼 수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500여 식종 있는 '천상의 정원'


휴양림에서 25㎞가량 떨어진 곳에 대청호를 조망할 수 있는 '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이 있다. 숲속동굴만 보고 발길을 돌리긴 아쉬운 이들이 찾을 만한 지역 명소다. 2009년 문을 연 식물원은 잘 가꿔진 정원과 이국적인 건물로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에 포함됐다. 전국 150여 개 민간정원 중 ‘풍경 좋은 정원’ 6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정원은 ‘좁은 문’을 통과하며 시작된다. 고개를 숙이며 자연 앞에 겸손해지자는 의미다. 문을 통과하면 버드나무, 연꽃, 소나무, 목수국이 방문객을 반긴다. 6만 여㎡의 정원에 500여 종의 식생이 자라고 있다. 정원에서 만난 한 20대 커플은 "걸으며 비를 맞는데도 꽃이 예쁘게 피어 있어 이름처럼 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며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더 운치가 있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정원 사이로 암회색의 유럽의 고성을 연상시키는 건물이 있다. 변성 퇴적암 지대인 지역 특성에 맞춘 벽돌로 지었다.

정원 내 바위정원은 지표면 위로 노출된 바위를 그대로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원이다. 식물도 조형물도 아닌 암석을 중심에 둔 정원은 흔치 않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암석의 색이 더 짙어져 단단한 바위의 형상을 잘 느낄 수 있다. 지나는 길이 좁고 암석 사이사이로 작은 화초가 잔뜩 자라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바위정원 건너편에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바위정원을 지날 때는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라며 천천히 걷기를 권하고 잔디밭에 다다르면 ‘꽃과 나무의 소곤거림’을 들을 수 있도록 침묵을 종용한다. 각 공간에 맞는 정원 감상법을 통해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정원을 돌아본 문서하(33)씨는 “정원을 보고 단순히 ‘예쁘다’가 아니라 공간을 잘 느낄 수 있게 이끌어줘서 신선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국적인 ‘달과 별의 집’, 한 평 남짓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을 지나 ‘호수를 품은 숲속길’을 다 걸으면 실내정원에 도착한다. 4개 동으로 이뤄진 실내정원은 수련, 분재 등 각기 다른 주제로 꾸며져 있다. 작지만 깔끔하게 관리돼 있고 내부에는 원앙, 사랑앵무(잉꼬), 모란앵무 등 조류도 관찰할 수 있다.

식물원은 주서택(73) 원장이 친척과 지인을 설득해 2003년부터 부지를 사들여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종교인이자 환경운동가였던 주씨가 직접 거주하며 대청호의 환경을 가꾸기 위해 만들었다. 주 원장 등은 공기를 정화하는 나무를 심고, 물을 정화하는 수생식물을 심었다. 2009년부터는 학생들에게 물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충북교육청 과학체험학습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 단체 견학이 급감하며 일반인 관람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연간 20만여 명이 찾는 옥천의 대표 명소가 됐다.
수국 3만 송이 가득한 묘목공원


8월이면 수국이 만개한다. 수십 개의 꽃잎이 탐스럽게 피어나면서 장관을 이룬다. 옥천은 수국 명소다. 옥천은 국내에 유통되는 묘목의 70%가 길러지는 전국 최대 묘목 산지다. 이를 기념해 조성된 '옥천묘목공원'에는 7, 8월 하얀 수국이 가득 핀다. 통상 9월까지 수국을 볼 수 있다. 군에서 2021년부터 ‘라임라이트’ 목수국을 식재하기 시작해 올해 절정을 맞았다.
20헥타르(ha)에 달하는 공원 도로변에 수국 3만여 그루가 늘어서 있다. 공원 둘레길을 걸어도 좋고, 중앙의 전망대로 향하는 사잇길을 걸어도 좋다. 어느 길을 걷든 옅은 노란빛이 도는 흰색 꽃송이들이 두 눈을 가득 채운다. 원뿔 모양으로 맺힌 꽃이 마치 나무에 솜사탕이 핀 것 같다.
공원 중앙 전망대에 올라 인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원면을 둘러싼 장령산(해발 654.5m), 대성산(705.8m), 월이산(555.1m), 철봉산(449.4m)이 한눈에 들어 온다.
옥천=글·사진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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