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남은 밥에서 피어난 지혜, 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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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한달 정도 입원한 적이 있었다.
밥바구니는 대나무로 만드는데 둥근 몸체에 손잡이가 연결돼 있고 바닥에는 대나무 조각으로 만든 짧은 다리가 달려 있다.
밥바구니에 밥을 담아두면 정말 신기하게 밥이 쉬지 않았다.
필자가 어머니의 밥바구니에서 배운 가르침은 단지 점심 한끼를 편하게 먹는 것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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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한달 정도 입원한 적이 있었다. 낯선 환경이라 모든 것이 불편했지만 여행 온 것이 아니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일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먹다 남은 밥이었다. 몸은 아프고 활동량도 적다보니 배식된 밥을 다 먹을 수가 없었다. 양이 적은 반찬은 남겨도 상관없지만 절반이나 남은 밥을 버리기는 너무 아까웠다. ‘음식을 버리면 죄로 간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듣고 산 세대의 고민이었다.
그때 옆 병상에 입원한 할머니가 꿀팁을 알려줬다. 남은 밥은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집에 가서 누룽지로 만들어 먹으면 된다고 했다. 자신은 입원을 자주 하기 때문에 집에 누룽지 전용 낡은 프라이팬까지 있다고 했다. 정말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하루 세끼의 절반을 한달 동안 모으니 나중에는 냉동실이 가득 찼다. 퇴원 후 그 밥으로 누룽지를 해서 저녁마다 먹었다. 쌀값도 절약되고 구수한 누룽지를 먹으니 일석이조였다.
잔반 처리는 예나 지금이나 모든 주부의 고민거리다. 매 끼니를 항상 사람 수에 딱 맞게 지으면 좋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법이다. 더운 여름에 밥을 실온에 놔두면 금방 쉬어버린다. 그럴 때 ‘밥바구니’는 밥을 쉬지 않게 보관할 수 있는 최고의 그릇이다. 밥바구니는 대나무로 만드는데 둥근 몸체에 손잡이가 연결돼 있고 바닥에는 대나무 조각으로 만든 짧은 다리가 달려 있다. 다리가 있으니 바닥에 놓아도 상관없지만 대부분 부엌 찬장이나 부엌문 위같이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진 곳에 걸어둔다. 손잡이가 유난히 긴 것도 걸어놓는 용도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밥바구니에 밥을 담아두면 정말 신기하게 밥이 쉬지 않았다. 뚜껑이 있어서 파리나 개미 같은 벌레로부터도 안심이었다. 어머니는 아침에 점심밥까지 함께 지어 밥바구니에 담아두셨다. 그러면 점심때 온 가족이 대청마루에 앉아 밥바구니에서 살짝 마른 밥을 꺼내 찬물에 말아 먹었다. 반찬은 나물 몇가지와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린 시절의 여름날을 넉넉하게 채워줬던 밥바구니는 전기밥솥의 등장과 함께 주방에서 사라졌다. 어머니도 저세상으로 떠나신 지 이미 오래됐다.
필자가 어머니의 밥바구니에서 배운 가르침은 단지 점심 한끼를 편하게 먹는 것만이 아니었다. 먹다 남은 밥도 버려서는 안된다는 절약 정신이었다. 잔반을 냉동실에 모아 뒀다가 누룽지를 만들 때면 어머니로부터 참 좋은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생각에 흐뭇해진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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