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도 재활용? 어머니 봉안당을 '○○마켓' 중고거래 하라는데… [長靑年, 늘 푸른 마음]

2025. 8. 2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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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여행 : <7> 봉안당 중고 거래
편집자주
완숙기에 접어든 '장청년'들이 멋과 품격, 건강을 함께 지키며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묘원 부족해도 정서적 거부감
사설 봉안당-이용자 마찰 잦아
제도 개선과 인식의 전환 필요

Q : 60대 남성 A다. 3년 전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경황 없는 가운데 상조회사 직원의 권유로 사설 봉안당(30년 사용권·950만원) 모셨다. 이후 불편한 접근성, 시설환경, 미흡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가족들과 상의 끝에 봉안당을 옮기기로 하고, 관리사무실에 환불을 문의했다.

그런데,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환불을 받으려면 다음 사용자를 직접 구해와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서 구하냐고 되묻자, 중고거래 플랫폼인 ‘OO마켓’에 올리라고 했다. 실제로 검색하니,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많았다. 최초 사용권 지급액 대비 적게는 10%, 많게는 50%이상 낮춘 매물이 즐비했다. 나도 3년전 지급한 프리미엄실 1위 봉안칸 사용권을 600만원에 내놓았다.

봉안당 측의 이런 환불 규정과 운영 방식이 정당한지 궁금하다. 또 고인이 된 어머니의 안식처를 중고 거래로 양도하는 일이 도의적으로 옳은 것인지도 알고 싶다.

봉안당 모습. 이정선 교수 제공

A : 2024년 기준, 우리 나라의 화장률은 94%에 이른다. 화장 후 유골은 ‘봉안당(납골당)’에 가장 많이 안치한다. 봉안당은 공간을 ‘분양’하는 매매가 아니라,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는 ‘사용권’을 판매한다. 그래서 사용권 계약서에는 사용 기간, 관리비, 반환·환불 조건 등이 명시된다. 그러나 상중(喪中)에는 경황이 없어 이런 조항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일부 사설 봉안당에서는 A씨 사례처럼 환불 책임을 사용자에게 떠넘기는 사례도 있다.

원칙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제2014-4호, 2014년 3월 21일 시행)에 따라, 사용료나 관리비를 정해진 비율만큼 차감하고 환급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일부 시설은 환불 책임을 사용자에게 떠넘겨 사실상 환불을 어렵게 만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시설 운영자는 왜 ‘다음 양도자 구하기’를 이용자의 몫으로 떠넘길까. 우선 재사용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 때문이다. 타인의 봉안함이 놓였던 자리를 다시 쓰는 게 결례가 아님에도 많은 이들이 꺼린다. 그리고 운영자는 새 이용자가 나타나기 전까지의 공백, 즉 수익 손실을 감당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관련 규정의 미비다. 공설 봉안당의 사용 기간은 10~15년이 기본이며, 연장하면 최대 30~60년까지 사용가능하다. 반면 일부 사설 봉안당은 사용 기간을 불명확하게 안내하거나, 마치 ‘영구 사용’인 것처럼 홍보해도 제재를 받지 않아 왔다.

따라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환불 원칙의 제도적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 공정위 고시는 권고적 성격이라 법적 강제성이 약하다. ‘장사등에 관한 법률‘등 관련 법령을 정비해 이용자 보호에 실효성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봉안칸 재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오늘날 전국 대부분의 묘지는 이미 만장(滿場)인데다 새로운 묘지 조성도 매우 어렵다. 매장을 원하는 사람 중에는 반환된 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시신을 이장해 간 땅에 흙을 갈고 주변을 정리한 뒤 다시 쓰는 것이다. 하물며 봉안당의 재사용은 더 합리적이며 위생·관리 측면에서도 적절히 설계하면 문제가 없다.

셋째, 순환 사용을 위한 구조 정비가 필요하다. 사망 후 10년이 지나면, 추모 방문 횟수는 급격히 줄고, 관리비 체납으로 사설 봉안당이 경영난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지속 가능한 장례문화를 위해 봉안칸의 '순환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적정 사용기간을 명확히 고지하고, 연장·반환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해 합리적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

일부 봉안당의 경우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빼곡하게 차려진 미니어처 제사상을 종종 마주한다. 좁은 안치칸마다 화려한 상차림이 경쟁하듯 늘어선 모습은 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고인을 기리는 본래의 마음이 봉안당 ‘꾸미기’ 열풍과 상업적 경쟁에 휩쓸린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추모는 꽃 한 송이, 추억이 담긴 사진 한 장으로도 충분하다.

봉안당 문화의 품격은 시설의 규모나 화려함이 아니라 고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서 출발한다. 계약은 명확하게, 관리는 책임있게, 환불·양도는 공정하게, 기본을 지키며 영구 점유 대신 순환과 공유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봉안당은 우리 가족과 더 많은 이웃의 기억을 품는 지속가능한 추모공간이 되고, 우리의 애도는 삶을 잇는 힘이 돼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장례문화의 품격을 높이고, 고인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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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을지대 장례산업전공 교수·미국 장례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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