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 하는 건물주는 괜찮고 복지 혜택은 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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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이지 않니? 우리가 임대주택에 당첨될 정도로 가난해서."
엄마와 나(희재)는 재개발 아파트단지 내 임대 아파트에 산다.
젊고 건강한 희재는 열심히 일해서 돈 모을 생각은 하지 않고 가난을 자처한다.
소설을 둘러싼 복지 논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는 "자신들의 가치관과 다르다는 이유로 희재가 절망적 상황에 빠졌을 때 고소하다거나 벌을 받아야 한다는 댓글을 봤을 때는 마음이 안 좋았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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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입소문… 복지 수급 논란
내달 계엄 다룬 단편 등 2편 발표

"정말 다행이지 않니? 우리가 임대주택에 당첨될 정도로 가난해서."
엄마와 나(희재)는 재개발 아파트단지 내 임대 아파트에 산다. 방 두 개짜리 신축 브랜드 아파트. 주거급여 수급 자격에 맞추기 위해 희재는 아르바이트만 한다. 앞으로 20년을 이렇게 버틸 생각이다. 이후엔 65세가 넘는 엄마 명의로 고령자 대상 임대주택을 신청해서 옮겨 살 작정이다. '가난하게 사는 걸로 평생 서울 안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것 아닌가. 어차피 난 평생 가난했는데.'
치사하고 비겁한 삶?… 누가 돌 던지랴

길란(필명·33) 작가의 단편소설 '복 있는 자들'의 주인공 모녀의 모습이다.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소설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화제가 됐다. 사회 모순을 예리하게 벼려낸 작품성과 별개로 복지 수급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젊고 건강한 희재는 열심히 일해서 돈 모을 생각은 하지 않고 가난을 자처한다. 불공정한 사회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기보다 정부의 복지 혜택을 누리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희재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문화지원금으로 수영도 배운다. SNS로 공유된 소설에 달린 댓글은 이런 희재에게 대체로 가혹하다. '세금만 축내는 기생충' '복지 악용 사례자' '사지가 멀쩡하면 일을 해야지' 등이다.
이에 길란 작가는 "누구도 희재의 삶에 함부로 돌을 던질 수는 없다"고 항변한다. 그는 "희재는 현재를 택한 대신 미래를 포기한 것이고, 단순히 약삭빠른 사람이 아니라 벼랑 끝에 내몰려 큰 각오를 한 사람"이라며 "언젠가 반드시 무너질 걸 알면서도 그 삶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자본주의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한도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고 했다.
소설은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했다. 2021년 행복주택에 입주한 그는 "첫 입주자로 좋은 집에서 살게 된 게 난생처음이라 아파트에서 평생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공고들을 모두 읽으며 방법을 찾아봤다"고 했다. 희재는 작가가 상상으로만 생각해본 삶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인물이다. 다만 그는 "소설처럼 (엄마 수술비 150만 원이 없어) 한 번에 무너지는 삶은 저도 그렇고 보통 사람들은 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너도나도 자본주의 피해자일 뿐

희재의 반대편엔 '류아 언니'가 있다. 한 달에 100만 원 남짓 벌면서도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살 수 있고 부자도 될 수 있다고 믿는 인물. 작가는 "전 세계 상위 1%의 재산이 나머지 99% 재산보다 많으며 이런 부는 재분배되지 않고 세습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희재와 류아 모두 자본주의의 피해자"라고 했다. "아주 특수하고 희귀하게 발생하는 자수성가 케이스는 자본주의의 선전도구로만 이용될 뿐이에요. 독자들이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가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류아는 희재를 주거급여 부정 수급으로 구청에 몰래 신고한다. 문이 열려 있는 건물 화장실을 이용하는 노숙자를 보면서는 욕을 한다. 이때 희재가 속으로만 삼킨 말은 곱씹을 만하다. '언니는 노숙자가 일 안 하고 화장실 쓰는 건 싫으면서 건물주가 일 안 하고 돈 버는 건 괜찮아?' 작가는 "어떤 사람들의 불로소득은 너무 당연하게 여기면서 어떤 사람이 노동하지 않고 얻는 복지 혜택은 비난받아 마땅한 것인지 묻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을 둘러싼 복지 논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는 "자신들의 가치관과 다르다는 이유로 희재가 절망적 상황에 빠졌을 때 고소하다거나 벌을 받아야 한다는 댓글을 봤을 때는 마음이 안 좋았다"고 씁쓸해했다.
"소설의 제목이 '복 있는 자'가 아니라 '복 있는 자들'인 것은 희재와 류아, 우리 모두가 이 시스템 안에서는 마음이 가난한 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저는 희재도, 류아도 응원합니다."
길란 작가는 다음 달 문예지 '소설의 발견'과 '문장 웹진'에 각각 단편소설 '그런 여자'와 '법의 아름다움'을 발표한다. '그런 여자'는 중년의 여성이 직장에 새로 온 여성을 만나 겪는 이야기를, '법의 아름다움'은 법원 속기사가 본 12·3 비상계엄과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다룬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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