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차대전 땐 우리가 전우”… 日 보란 듯 美노병들 초대했다
중국 정부가 다음 달 3일 ‘항일 전쟁 및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최하는 전승절 기념 행사에 미군 전쟁 영웅 클레어 셔놀트 공군 소장(1890~1958)의 딸과 손녀를 초청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 장성의 유족들이 중국 및 미국의 적성 국가 정상들과 같은 자리에 ‘귀빈’으로 참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셔놀트는 태평양 전쟁 시기 중국군의 대일(對日) 항전을 지원한 미국의 비밀 전투기 부대 ‘플라잉 타이거스(Flying Tigers)’의 창설과 훈련 및 활동을 이끈 주역이다. 당시 대원으로 활동한 노병들도 함께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와 대만 정부는 모두 플라잉 타이거스를 미국과의 우호 협력의 상징으로, 셔놀트를 건군을 도운 은인으로 여겨왔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10년 단위로 돌아오는 전승절에 맞춰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가까운 국가 정상들을 초청해 국위를 과시해왔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전통적 행사에 더해, 2차 대전 연합국의 양대 축인 미국·영국과의 ‘전우애’를 강조하는 행사를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계기로 권위주의 진영과 자유 진영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되는 상황에서 ‘함께 일본에 맞서 싸웠다’는 역사를 활용해 자유 진영 내 분열을 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5일 영국 런던에서는 중국 영화 ‘둥지섬 구출 작전(Dongji Rescue)’의 시사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영화는 태평양 전쟁기인 1942년 저장성 둥지섬 앞바다에서 어뢰 공격을 받은 영국 전쟁포로 380여 명이 익사 직전 중국 어부들에 의해 목숨을 건진 실화를 다루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영국을 비롯해 호주·뉴질랜드·미국 등에서 개봉됐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나라들은 중국·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구성된 자유 진영 안보 협의체 ‘파이브 아이스’의 일원이다.
중국은 방송과 소셜미디어, 외교 채널을 통해서도 자유 진영 국가들에 대해 일본에 함께 맞선 인연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미국 내 중국 외교 공관들은 소셜미디어에 플라잉 타이거스의 활동상을 알리는 게시물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신화통신은 경비행기를 타고 과거 플라잉 타이거스 전투기들의 비행 경로를 따라가는 영상 뉴스를 내보냈고, 중국국제방송은 당시 대원들의 활약상을 조명한 특집 다큐멘터리를 편성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일본은 반발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24일 “일본 정부는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가 지나치게 과거사에 초점을 맞춰 반일 색채가 짙다고 보고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 행사 참석을 보류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당당하게 대하는 것은 일본이 전후 국제사회에 복귀하는 데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면서 일본 정부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또 국민당 정부군으로 일본과 싸웠던 대만의 노병 및 대만 전현직 고위 관료들에게도 전승절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 량원제 대변인은 “대만을 겨냥한 통일 전선 공작”이라며 행사 참석 금지 방침을 밝혔다.
☞플라잉 타이거스(Flying Tigers)
1941년~1942년 운영됐던 미국의 비밀 공군 부대. 중국어로는 비호대(飛虎隊)다. 공식 이름은 미국 의용대(American Volunteer Group)지만 군용기에 그려진 맹수 얼굴이 호랑이를 연상시킨다고 해 ‘플라잉 타이거스’로 불렸다. 미국의 2차 대전 공식 참전 전인 1941년 여름부터 훈련을 시작해 버마(현 미얀마)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갔다. 1941년 12월 첫 출격해 약 7개월간 일본 군용기 300여 대를 격추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백윤식 며느리’ 정시아 17년 시집살이…“소파 누워 TV본 적 없어”
- “돼지가 숙제를 먹어버려서 못냈어요”…뻔한 변명 아니었다
- “네 딸 얼굴에 염산 뿌린다”… 학폭 신고 후 협박 문자 받은 학부모
- 현직 검사 “위례 항소포기, 이유 설명해 달라”
- [단독] 국내서 우리 비행기 탈 때 앞으로는 창문덮개 꼭 여세요
- 한국이 22번째…올림픽 개막식 입장 밀라노서 빨라진 이유
- ‘포레나더샵 인천시청역’ 분양...9~11일 청약 접수
- 한국 팀 기권 안 했는데 심판이 경기 중단... 올림픽 첫 경기부터 논란
- 쿠팡 “개인정보 사고서 16만5000명 계정 추가 유출 확인”
- 국내 最古 목관악기 출토... 1400년 잠에서 깨어난 ‘백제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