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통과에 언론은 국힘 '경제내란법' 프레임 확산

김예리 기자 2025. 8. 2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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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사태 책임 있는 정당이 이런 주장...특히 모욕"
"문제적 표현 언론이 확대 재생산 해주는 건 문제"
'법 통과 직후 비정규직 노동자 큰소리 친다' 보도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과 처리를 앞둔 상법 개정안을 일러“두 법안은 경제내란법”이라고 주장했다.ⓒ연합뉴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허위 주장에 기반한 공격 프레임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내란 사태'에 빗댄 극단적 주장을 펼쳤고, 언론이 이를 여과 없이 전한다는 비판이 노동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일부 보수언론은 불법파견이 확인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소를 왜곡했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은 제2조에서 정한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라도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넓혔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지배하는 경우 교섭 의무를 부여했다.

노조와 노동자에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손해 범위를 기존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서 나아가 '그 밖의 노조 활동'으로 넓혔다.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조의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넓혔다.

법안 상정 전날인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 발언을 시작으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노란봉투법을 '경제내란법'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를 통과한 2차 상법 개정안과 함께 묶어 경제내란법이라며 헌법소원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경제내란법'을 '따옴표'로 전달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지난 22일부터 26일 오전까지 5일 간 '경제내란법'을 언급한 보도는 포털 네이버 검색제휴 매체 기준 470건을 넘어섰다. YTN과 KBS, MBC 등 주요 방송사와 서울신문, 아시아투데이, 중앙일보 등이 논조를 막론하고 국민의힘의 '경제내란법' 주장을 제목에 전했다.

노동계에선 “내란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당이 이 같은 주장을 한다는 점에서 특히 모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손배·가압류 피해를 당한 노동자와 연대하는 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는 “국민의힘도 이런 주장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내란의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려는 네거티브”라며 “언론이 이를 그대로 제목에 달아 재생산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당초 판례들을 반영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두 차례 통과됐던 법안보다도 재계 압력에 따라 축소됐다”라고 했다.

김도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도 “실제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배출하고 이를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심스러운 정당이 '경제 내란' 표현을 쓸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런 표현을 언론이 확대재생산해주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제1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아예 보도하지 않기는 어렵겠으나 '경제내란'을 적어도 제목으로는 쓰지 않는 것이 맞고, 이런 주장이 어떤 논리적 비약이나 억측에 기반하는지 짚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상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이 지난 25일 국회 앞에서 열린'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이미 사측의 불법파견과 직접고용 의무가 확인된 사례를 두고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큰소리 친다'는 식의 보도도 이어졌다.

현대제철은 2021년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 2022년 인천지방법원의 직접고용 판결로 불법파견이 거듭 확인됐다. 원청이 하청노조와 교섭을 거부하며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기도 했다. 회사가 직접고용 대신 하청 업체 폐업과 자회사 설립으로 대응하자 점거 농성에 나선 노동자들은 현대제철로부터 2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를 당했고, 인천지법은 사측의 손해액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6월 대부분 기각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노란봉투법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지목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회가 현대제철 부당노동행위 집단 고소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소위 보수 경제지에선 이런 맥락을 배제하고 '기업 리스크'를 강조하거나 노조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매일경제 <“현대제철 사장 나오라 그래”…노란봉투법 통과되자 하청노조 '큰 소리' 터졌다>, 대전일보 <노란봉투법 시행 후 첫 시험대, 현대제철 집단 고소로 기업 리스크 현실화>, 데일리안 <노란봉투법 통과 후 고조되는 노사갈등…정부 중재 능력 시험대> 등과 같은 기사 제목이 일례다.

이상규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통화에서 “우리의 투쟁은 노조법 2·3조와 맞닿아있지만, 도리어 '있는 법도 안 지키는데 법이 개정되면 뭐하는가' 묻는 취지다. 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 고소와 국정감사로 책임을 묻기 위한 투쟁”이라며 “그런데 언론엔 마치 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 투쟁하는 것처럼 얘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선 활동가는 “2021년 노동부의 첫 파견법 위반 판정 이후 검찰이 4년간 기소를 미루는 동안 현대제철 불법파견 노동자 5명이 중대재해로 숨졌다”며 “그럼에도 언론은 법 통과로 마치 무분별한 파업의 길이 열린 듯 보도하며 노동자들을 그 신호탄처럼 묘사한다. 절박한 노동자들의 개별 법적 다툼을 마치 법을 악용한 부당한 요구처럼 몰아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는 지난 25일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다렸다는 듯'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이미 전부터 존재했던 목소리”라며 “보수언론은 펜을 들기 전에 요구의 배경을 살펴보라. 그리고 지난 시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하지 못한 저널리즘부터 반성하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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