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미·문화생활 … 행복한 황혼인생 비결

이형모 기자 2025. 8. 26. 21: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창간 20주년 기획 "모두 함께 가는 길"]
노년기 사회적 관계 약화 … 외로움·우울감 등 호소 증가
실버일자리·봉사·평생교육 등 사회 참여 제2의 삶 활력
전문가 “사회적 인식변화·정책적 지원·준비 중요” 강조

"이제는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고태원씨(71)는 33년 10개월을 항공 및 정비 안전관리 군무원으로 근무하다 은퇴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학교 부적응 학생 지도 봉사를 하면서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 적성 맞고 재능기부도 할 수 있는 청주우암시니어클럽의 경로당 안전점검 일을 맡아하면서 보람있고 활기찬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도전 … 인생 2막 매일매일 보람"

청주 금천동 고태원씨 군무원 은퇴 후 취약시설 안전관리원 활동

"나를 계속 필요로 해주는 곳이 있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충북 청주시 금천동에 거주 중인 고태원씨(71)는 약 34년 동안 항공 및 정비 안전관리 군무원으로 근무하다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열어가고 있다.

은퇴 후 처음에는 초등학교 교사인 딸이 봉사활동을 권유해 초등학교에서 배움터 지킴이 순찰대로 활동했다.

고씨는 폐쇄적인 군 조직에서만 근무하다가 일반 사회에 나와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면서 또 다른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상담하거나 지역아동센터를 연결해주는 등 9년간 학생들의 조력자 역할도 자처했다.

그러다 지난해 청주우암시니어클럽에서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소규모 취약시설 안전관리를 맡아줄 사람을 뽑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도전했다.

그의 업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청주시내는 경로당 2곳, 시외는 3곳을 방문해 안전 점검을 실시한다. 이후 오후 4시까지 보고서를 작성하면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금방 지나간다고 말했다.

열심히 달려온 결과 지난해 국토안전관리원 우수점검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우수점검원에 선정된 덕분에 올해 신규 시니어를 가르치는 멘토로서 노인일자리사업에 다시 선정됐다. 그는 점검업무 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발 벗고 나서서 문제를 해결했다. 대부분 어르신들로 이뤄진 경로당이기에 TV 설정이나 전등 교체부터 변기 수리까지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

고씨는 은퇴 후 새롭게 도전한 일을 통해 활력을 느끼고 사회공헌 활동에 일조한다는 생각에 매일 보람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노년에도 활발히 사회생활을 지속하다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계속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아직 쓸모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즐겁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이미 고령화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 즉 1000만명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채워졌다는 통계가 나왔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노년의 삶은 더 이상 `은둔과 정적'의 시간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은퇴 이후에도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 문화생활, 봉사와 자아실현을 통해 인생 2막을 풍요롭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 새로운 소속감, 커뮤니티 활동의 가치

노년기에는 직장이나 자녀 양육 등으로 맺어졌던 사회적 관계가 약해지기 쉽다. 이로 인해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 `커뮤니티 활동'이다. 지역주민센터, 복지관, 문화센터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동호회와 소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정기적인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는 노인은 삶의 만족도가 평균 20% 이상 높았으며, 우울감과 외로움 지수는 크게 낮았다. `나이 들수록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고령층 전용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해 원두커커피 내리기, 공예, 음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 또래와의 교류를 통해 자존감과 사회적 유대감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자아실현과 사회참여, 노년의 행복 비결

최근 노인 세대는 단순히 `여생을 보내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의 가치와 역할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노년기의 삶의 질 향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현양노인복지센터 이철호 소장은 "노년기에 가장 큰 문제는 신체적 퇴화보다 사회적 고립감에서 비롯된다"며 "의미 있는 사회활동을 통해 정체성을 유지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노후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각 지자체는 실버일자리 사업, 노인 자원봉사단 운영,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I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시니어' 교육도 활발하다.

# 취미생활에서 찾는 제2의 삶

노인 커뮤니티의 중심에는 `취미활동'이 자리하고 있다. 단순한 오락의 수준을 넘어 스스로의 삶을 가꾸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에 거주하는 이모씨(68)는 은퇴 후 게이트볼 동호회에 가입했다. "퇴직 후 처음 몇 달은 허무했어요. 시간은 많은데 갈 곳도, 할 일도 없더라고요. 그러다 게이트볼을 시작했죠. 공 몇 개 놓고 몽둥이로 툭툭 치는게 뭐가 재밌겠냐고 생각했지만 막상 배우고나니 이만큼 재미있는 스포츠도 없는 것 같아요. 경기장에 나가면 계절의 변화, 사람들의 표정, 도시의 숨결까지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이처럼 노년의 문화활동과 커뮤니티 참여는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세대 간 소통을 촉진하고, 지역 내 고립 노인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노인복지회관에서 성인 댄스스포츠 일일공개 강좌가 열려 어르신들이 라틴댄스 '자이브'를 익히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 문화생활, 삶의 질을 바꾸다

커뮤니티가 소속감을 회복시킨다면 문화생활은 삶의 질을 풍요롭게 만드는 또 다른 축이다. 공연, 전시, 영화, 문학, 여행 등은 은퇴 이후에도 끊임없이 감성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최근에는 `실버 문화 클래스'나 `액티브 시니어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시·군 주요 문화기관에서도 시니어 대상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시니어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행사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디지털 문해력을 갖춘 신중년층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문화생활도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강연, 비대면 미술 강좌, 시니어 전용 유튜브 채널 등은 물리적 제약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 은퇴 후 삶,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된다

이제 은퇴는 끝이 아니라, 인생 2막을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고립이 아닌 연결, 소비가 아닌 창조의 삶이 가능하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은퇴 후 삶을 풍요롭게 보내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재정적인 준비뿐만 아니라,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누구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의 삶은 여유와 휴식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만족을 주기 어렵다"며 "능동적인 사회 참여, 창조적 활동, 자기 표현의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노년의 문화·커뮤니티 활동은 당사자 개인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다. 지역 사회 전체의 활력과 세대 간 소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대가 단절된 사회에서, 노인의 지혜와 경험은 젊은 세대에게도 의미 있는 자산이 된다.

삶의 마지막까지 풍요롭고 의미 있게 살아갈 권리는 모든 세대에 주어져야 할 기본적 가치다. 이제는 `잘 늙는 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끝>

/이형모·남연우기자
lhm043@cctimes.kr

Copyright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