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만 보는 아이들…폰 뺏는 대신 삶의 의지를 주세요”

와이파이 숨긴 청소년 캠프
1~4주 동안 스마트폰 못 써
초등생 입소자 갈수록 늘어
‘불안해서’ ‘할 게 없어서’
과의존 이유 따라 맞춤 상담
“결핍감·무기력 해소 중요”
전북 무주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드림마을)에는 공개된 와이파이가 없다. ‘숨겨진 네트워크’로 들어가 직원들만 아는 계정으로 접속해야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심용출 드림마을 기획운영부장은 “가끔 몰래 공기계를 갖고 오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드림마을이 와이파이 문턱을 높인 이유는 이곳에 모인 청소년들을 위해서다. 이곳에서는 스마트폰 과의존·인터넷 도박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 치유캠프를 진행한다. 1~4주가량의 치유캠프 기간 중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쓸 수 없다.
지난 25일 폐교를 개보수한 드림마을을 찾았다. 11박12일간 머물렀던 청소년 31명이 퇴소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이날 오전 드림마을 곳곳에선 동아리 활동이 한창이었다. 특성화활동실에선 대학생 멘토와 청소년들이 함께 둘러앉아 악기 칼림바로 아이유의 ‘가을아침’을 연주했다. 옆 건물 체육관에선 투어스의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에 맞춰 멘토와 청소년들이 단체 줄넘기를 했다. 점심시간엔 멘토와 학생들이 모여 오목·체스를 두거나 책을 읽었다. 하진미 캠프운영부장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도박 대신 다른 쪽으로 주의를 집중하게 하고 다양한 관심사를 알아가게 하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는 성별이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구분 없이 다양하다. 매년 400~500명이 이곳을 찾는데 남학생 60%, 여학생 40%의 비율이다. 여학생은 주로 SNS 과의존으로, 남학생은 게임 문제로 찾는다고 한다. 중산층 자녀,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청소년이 함께한다.
부모가 자녀를 보내는 사례가 많지만 학교 교사들이 판단해 참여시키기도 한다. 부모들은 단순히 스마트폰 이용 자제뿐 아니라 취침, 전화기·샤워기 이용 시간을 정해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기르는 데에도 캠프가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하 부장은 “입소 첫날 ‘나가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충동과 자극에서 벗어난 뒤엔 ‘좀 더 있을 수 없냐’고 묻는 청소년도 많다”고 했다. 이번 기수에서도 8명이 입소 첫날 울고 화내며 ‘집에 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교실 곳곳에는 청소년들이 적은 활동지가 붙어 있었다. 참가자들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 ‘나에게 인터넷이란’ ‘e스토리 곡선’에서 자신이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이유, 하루 스마트폰 이용 시간 등을 적었다. 대다수 학생들이 하루 평균 6~7시간 스마트폰을 이용한다고 썼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로 “할 게 없어서” “불안을 없애려고” “친구들과 연락하려고” 등을 적어냈다. 캠프에 참가한 고1 김모군(16)은 “학교 끝나고 시간을 보낼 게 마땅히 없어 스마트폰에 기대기 시작했다”며 “스마트폰을 하다 늦게 잠이 들어 일주일에 한 번은 학교에 지각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청소년들의 답변을 참고해 스마트폰 과몰입 원인 찾기에 집중한다. 박사급 상담인력을 통해 집단상담·개별상담을 진행한다. 심 부장은 “스마트폰 과의존은 하나의 표면적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삶의 의지가 없는 친구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왜 삶의 의지가 없는지를 상담을 통해 파악한 뒤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멘토로 캠프에 8번째 참가한 신환씨는 “부모와 갈등을 회피하려는 학생, 관계 맺기에 서툴러 오픈채팅방과 SNS에서 지지받으려는 학생처럼 저마다 다른 결핍과 불안이 보였다”고 했다.
드림마을은 캠프 입소 희망자의 저연령화에 주목하고 있다. 사업관리부 이정아씨는 “올 들어 초등학생 입소 문의가 많아졌고 하루 2~3명씩 초등생 상담을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드림마을은 스마트폰 과의존의 저연령화 추세에 맞춰 초등 4~6학년 대상 시범 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엔 불법 인터넷 도박에 중독된 초등 6학년 학생의 캠프 입소 문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이씨는 “페이스북 등을 통한 불법 인터넷 도박 광고와 친구의 권유가 인터넷 도박 중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이란, 한국 화물선 공격···한국도 작전 합류할 때”
- [르포] “그래도 대구는 보수”…접전지 대구에 ‘공소취소발’ 샤이보수 결집 움직임
- 스페이스X 상장 앞두고 ‘로켓 수익률’ 기대해보지만···
- 광주 도심서 여고생 흉기에 찔려 숨져···경찰 수사중
- [속보]정부 “호르무즈 해협 한국 선박서 폭발·화재 발생…인명 피해 없어”
- 관악산 ‘라면국물 웅덩이’ 논란에 화들짝 놀란 금천구··· “우리 아냐”
- [단독]쿠팡, ‘퇴직금 미지급’ 피해자에 30만~50만원 합의금 제시···“사과 없이 푼돈으로 입막
- “도대체 무슨 입시 전략이에요?”···대치동 영어 강사가 자식들 시골서 키우는 이유
- 기아차, 28년만에 국내 판매 현대차 추월…쏘렌토 가장 많이 팔렸다
- ‘사고 피해 선수 관련 부적절 발언’ 김나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