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막을 법 없는 외지인 해루질, 어촌계 골 깊어질뿐
이원택 의원 ‘상위법 개정’ 계류중
지자체 “근거 담긴 법안 통과 고대”
반대 의견도 커… 공존 대응책 필요

무분별한 야간 해루질(8월25일자 6면 보도)로 인한 어업인과 비어업인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을 비롯한 전국 각지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루질 규제 방안 마련을 위한 상위법 개정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기준 국회에는 이원택 국회의원(민,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을)이 지난 5월 대표 발의한 ‘수산자원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에는 비어업인의 안전과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해루질 시간과 장소 기준을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또 광역시·도 뿐만 아니라 각 기초자치단체가 관련 내용을 조례로 만들어 지역 특성에 맞게 해루질 시간과 장소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 바다 인접 지자체들, 무분별 해루질 바라만 봐야
인천을 비롯해 강원, 경남, 경북, 제주 등 해안가를 끼고 있는 지자체는 무분별한 해루질을 제한할 수 있는 상위법의 국회 통과를 고대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시간과 장소뿐만 아니라 해루질 가능 수산물 종류와 수량, 비어업인의 안전관리 대책 마련 근거가 법안에 함께 포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해루질을 하는 비어업인이 급격히 늘면서 마을 어촌계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민원은 지자체에 들어오지만 현실적 대응 방안이 없어 규제 근거가 담긴 법안 통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앞서 제주특별자치도와 강원특별자치도는 비어업인의 해루질 규제를 선제적으로 시도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제주도는 2021년 4월 전국 최초로 해루질을 해가 뜨기 30분 전부터 해가 진 후 30분 내로 한정하는 ‘비어업인 포획·채취의 제한 및 조건 고시’를 했다. 그동안 이 고시로 55건의 위반행위에 대해 총 4천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으로 올해 6월 고시를 폐지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은 비어업인이 행정소송을 걸었고, 항소까지 갔으나 제주도가 패소했다”고 했다.
강원도는 지난해 ‘비어업인 수산자원 포획·채취 기준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조례에는 비어업인에 대한 특정 어구 사용 제한과 특정 수산물을 잡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또 어촌계 마을어장에서 정착성 수산물과 해조류 채취를 금지했다. 하지만 비어업인의 수산물 포획 채취 시기와 장소를 조례로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법제처 해석에 따라 해당 조례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는 다른 지자체 사례를 참고해 수산자원관리법 개정 전까지 관련 조례 제정을 미뤄둔 상태다. 옹진군 역시 해루질에 대한 직접적 제한이 어려워 해안가 인근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 “해루질 상생책 없으면 갈등 더 커질 수밖에…”
레저 활동으로 해루질을 하는 비어업인이 늘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제에 대한 지자체의 자율권 확대와 함께 대안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해루질 시간·장소 규제 근거가 담긴 수산자원관리법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올해 5월 9~23일) 중 6천746건의 의견이 접수됐는데 대부분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루질에 대한 어업인과 비어업인의 갈등은 마을어장 또는 그 인근에서 발생한다. 마을어장은 해안과 가까운 일정 수심 이내 공유수면에서 어촌계가 종패를 뿌린 전복, 해삼 등 정착성 수산물에 대해 독점적 채취 권리를 갖는 곳이다. 그 외 자생하는 수산물에 대해서는 비어업인도 채취가 가능하며, 비어업인이 마을어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다.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해안가 인근 수면은 대부분 이미 마을어장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비어업인이 해루질을 하려면 마을어장을 지나치거나 어장 근처에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상위법 개정 후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어 해루질을 모두 제한하면 결국 비어업인들의 또 다른 민원이 제기되고 갈등이 더 커진다”며 “어업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상적 형태의 해루질이 국민 모두의 공유재산인 바다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가 현장 여건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