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진 청소년] (중) 피해는 학부모 몫, 악순환의 반복
금전 손실 넘어 절도·불법대출까지도
'불법 도박' 단속 한계…법의 사각지대
학교도 징계·생기부 기재 외 방법없어
전문가 “부모 명의 거래 多…부담 전가”


청소년 온라인 도박 문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정작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돌아가고 있다. <인천일보 8월26일자 1면 '[도박에 빠진 청소년] (상) 손안의 카지노, 아이들이 위험하다'>
미성년자가 벌이는 불법 도박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가정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심리적 부담은 매우 크게 작용된다.
안양에 거주하는 이모(45)씨는 지난 6월쯤 고등학생 아들의 도박 빚 2000만원을 떠안았다.
아들은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바카라와 슬롯머신에 빠졌고, 소액으로 시작한 도박은 곧 수백만 원 단위로 불어났다.
결국 이씨는 은행 대출까지 받아 빚을 갚아 줘야 했다.
그는 "아이를 나무랄 수도, 외면할 수도 없어 결국 부모가 책임을 떠안았다"고 했다.
또 다른 사례로 오산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김모(17)양은 온라인 도박에 빠져 돈이 필요해지자 자신이 입던 속옷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 판매하거나, 조건만남을 시도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김양은 처음에는 소액으로 베팅했지만,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몰렸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차 범죄를 저질렀다. 그의 부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큰 충격을 받았고, 가정 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김양은 "도박 빚이 점점 늘어나는 입장에서 빨리 돈을 갚고 싶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처럼 청소년들은 계좌 명의 대여, 대리 배팅, 가상화폐 결제 등을 통해 도박에 빠져든다. 특히 부모 명의를 도용하거나 무단으로 계좌를 사용하는 사례도 많다는 게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학교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파주 소재 한 고등학교 교사는 "수업 중에도 휴대폰으로 카지노 게임을 하는 학생이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징계나 생활기록부 기재 정도뿐"이라고 했다.
실제 도박과 관련된 심리 상담 인원에 대한 통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관련 상담 인원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으며, 2024년 상반기에만 2665명이 상담을 받았다.
이 중 경기지역에서 상담받은 학생은 285명이다.
전체 청소년 중 최소 4.3%가 도박 경험이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히 최근 6개월간 지속적으로 도박을 해온 청소년만 3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부의 단속은 한계를 보인다. 불법 사이트 상당수가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운영돼 차단을 피해 '도메인 유동화' 방식으로 주소를 바꾸며 규제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도박은 금전적 피해를 넘어 학업 중단, 가족 갈등, 나아가 2차 범죄로 이어진다.
최근 SNS와 블로그에는 빚을 갚기 위해 절도나 불법 대출에 나서는 청소년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고등학생 송모(17)군도 그중 하나다.
그는 호기심에 도박을 시작해 1500만원을 땄지만, 일주일 만에 전액을 잃었다.
손실을 메우려 부모님 물건을 팔고 불법 대출까지 받았으나 따지 못했고, 빚은 3000만원이 됐다. 결국 부모가 3000만원을 대신 갚아야 했다. 송군은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지만 이렇게 빨리 중독될 줄 몰랐다"며 "호기심에 시작한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미성년자는 스스로 빚을 감당할 수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부모에게 전가된다. 이 과정에서 가정이 붕괴되거나 2차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법무법인 고운' 조철현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금융 거래가 부모 명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결국 가정이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이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차원이 아니라, 제도적 보호 장치 부재에서 비롯된 만큼 법과 제도가 미성년자 온라인 도박 실태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준희 기자 wsx3025@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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