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케데헌’ 전통과 빛의 정원

경기일보 2025. 8. 2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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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봤다.

케이팝 음악을 활용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케이팝 걸그룹이 무대에서 노래하며 동시에 악령과 싸운다는 설정은 낯설어 처음엔 웃음이 났다.

한복의 곡선, 단청의 색채, 판소리의 장단은 케이팝의 리듬과 섞이며 전혀 다른 무대의 빛으로 태어나고 있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무대와 감정도 언젠가는 희미해지겠지만 내 안에서는 하나의 꽃으로 남아 다시 또 다른 무대에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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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플로리스트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봤다. 케이팝 음악을 활용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케이팝 걸그룹이 무대에서 노래하며 동시에 악령과 싸운다는 설정은 낯설어 처음엔 웃음이 났다. 그러나 전통문양과 저승사자의 형상, 네온사인 아래 춤추는 소녀들을 바라보는 순간 기묘하게도 오래된 한국 정원에 들어선 듯한 감각이 스며들었다.

영화 속에는 꽃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자꾸 꽃을 떠올리게 됐다. 화려한 조명과 어둠이 교차하는 무대 위에서 인물들의 춤과 노래는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 꽃처럼 보였다. 어떤 장면은 해바라기처럼 강인했고 또 다른 장면은 백합처럼 차분했으며 한순간 스쳐가는 제비꽃의 여운처럼 잔잔하게 남기도 했다. 그것은 특정 꽃의 모양이라기보다 한국적 풍경 속에서 피고 지는 생명의 결을 닮아 있었다.

플로리스트들은 세상을 꽃의 언어로 읽곤 한다. 이번 작품에서 그 감각은 특히 강렬했다. 저승사자가 무대 곁에 서 있어도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의 문화 속에 이미 오래도록 뿌리 내린 상징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속신앙, 한옥, 한식 등 한국적인 요소가 고스란히 담긴 연출은 특히나 눈에 띄었다.

한복의 곡선, 단청의 색채, 판소리의 장단은 케이팝의 리듬과 섞이며 전혀 다른 무대의 빛으로 태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전통과 현대가 만나 만들어낸 하나의 정원, 그 안에서 끊임없이 피고 지는 꽃의 풍경 같았다.

세계의 유행은 빠르게 변한다. 오늘의 이름이 내일이면 낡아진다. 그러나 케이팝은 조금 다르다. 피었다가 지는 벚꽃처럼 덧없으면서도 다시 계절을 달리해 새로운 얼굴로 되살아난다. 찰나를 붙잡으면서도 변주와 갱신을 거듭하는 힘, 그것이 한국 문화의 생명력 아닐까 생각해본다.

꽃은 언제나 순간을 기억한다. 피어날 때의 환희, 스러질 때의 여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무대와 감정도 언젠가는 희미해지겠지만 내 안에서는 하나의 꽃으로 남아 다시 또 다른 무대에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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