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애니의 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산에서도 전시회를 가진 적 있는 탈북화가 선무 작가가 북한 체제 비판용으로 쓰는 이미지가 미키마우스다.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에 처음 공개된 이후 두 달 만에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에 올라섰고, 누적 시청수 영화부문 1위 등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일본 문화 개방 이전, 한국에선 상상도 못했던 컬러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접했던 기억은 X세대를 일본 문화에 애증을 가진 비판적 소비자로 만들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도 전시회를 가진 적 있는 탈북화가 선무 작가가 북한 체제 비판용으로 쓰는 이미지가 미키마우스다. 빨간 마후라를 맨 북한 어린이가 미키마우스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그림이 대표적이다. 1928년 탄생해 올해 만 97살이 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키와 미니마우스는 미국식 자본주의 상징으로 불린다. 팍스아메리카나 흐름을 타고 전세계에 퍼져 나갔지만 공산주의 국가에선 극도로 유입을 경계했던 이유다. 미키마우스가 구 소련에 공식 진입한 건 1980년대 후반 일이다.

바닷가 외딴 마을 소년들을 서정적으로 그린 ‘마리 이야기’가 2002년 애니메이션계의 칸이라 불리는 프랑스 안시페스티벌 대상을 받자 국산 애니메이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시작됐다. 실제로 포텐이 터진 건 ‘뽀로로’ 때다. 프랑스 방영 당시 시청률이 60%에 육박할 만큼 대히트를 친 것이다. 그럼에도 보편적 일상이 소재인 영유아용 콘텐츠라는 한계가 분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렸을 뿐 지극히 한국적이면서 세대를 초월한 글로벌 열풍의 주인공은 기어이 탄생하고 말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말이다.
‘케데헌’은 악령 보이그룹과 퇴마 걸그룹의 대결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에 처음 공개된 이후 두 달 만에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에 올라섰고, 누적 시청수 영화부문 1위 등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미 K-팝 이해도가 높은 10대부터 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 세대까지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OTT에서 ‘케데헌’을 접한 외국인들은 호랑이상과 까치상을 직접 보기 위해 한국 박물관을 방문하고, 설렁탕 깍두기 순대 어묵탕을 먹으러 한국 식당을 찾는다. 그들에게 저승사자와 도깨비는 낯설지만 신선하다. 미국 제작사와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의 작품임에도 한국적 소재를 비빔밥처럼 잘 버무린 결과다.
“해리포터는 내 어린 시절의 전부예요.” 작가 조앤 K 롤링이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청년과의 조우를 소개했다. 일본 문화 개방 이전, 한국에선 상상도 못했던 컬러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접했던 기억은 X세대를 일본 문화에 애증을 가진 비판적 소비자로 만들었다. 그들은 지금도 MZ세대인 아들 딸과 함께 극장에서 ‘귀멸의 칼날’이나 ‘진격의 거인’을 감상한다. 5살에 이민을 갔지만 내재된 영감을 살려 ‘케데헌’을 만든 매기 강 감독처럼 미국이나 영국인에게도 ‘더피’나 ‘서씨’ 모습으로 한국이 각인될 것이다. K-컬처 세계화의 한 챕터가 이렇게 채워진다.
강필희 논설위원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