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금도 많은데… ‘이가탄’ 명인제약 IPO에 쏠린 눈

'이가탄'으로 유명한 명인제약이 상장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회사 측은 대내외적 신뢰성 확보와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상장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승계용 상장이 아니냐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지난 2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7월 상장예비심사를 받은 이후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공모가 밴드는 4만5000원~5만8000원이며, 총 공모 규모는 약 1530억원~1972억원이다. 9월 9일부터 수요예측을 실시할 계획이다.
명인제약은 대중들에게 '이가탄'과 '메이킨' 등 일반의약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력은 전문의약품이다. 우울증 치료제나 조현병 치료제 등 CNS(중추신경계) 계열 처방의약품이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실적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은 2022년 2258억원에서 지난해 2694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59억원에서 927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10% 안팎인 다른 제약사들보다 훨씬 높은 30%대를 자랑한다.
명인제약은 상장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을 시설투자(1085억원), 신약개발(350억원), 신기술 도입(50억원)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이탈리아 뉴론의 조현병 치료제 신약 '에베나마이드'의 글로벌 3·4상 분담금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일각에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우선 명인제약은 오랜 기간 무차입 기조를 유지해왔고 수익성도 높다 보니 보유 자산도 상당하다. 지난 2분기 기준 즉시 현금화 가능한 당좌자산만 3392억원으로 유동성 자체는 충분하다. 이익잉여금도 5514억원으로 대형 제약사 보령(4582억원)보다 많고, 상장제약사 평균치(약 2000억원)에 비해서도 훨씬 많다. 이에 이를 활용하면 되는데 외부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3년간 연구개발 비중도 점차 감소했다. 명인제약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2년 4.71%에서 2023년 4.08%, 지난해 4.05%로 감소했다. 중대형 제약사들이 10%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한 편이다. 있는 돈조차 R&D에 사용하지 않으면서 연구개발 강화를 명분으로 IPO를 추진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명인제약 관계자는 "이익잉여금은 안정적인 경영과 불확실성 대응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글로벌 임상, 대형 생산설비 증축, 해외 인허가 대응 등은 단기적인 차원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따라서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성장을 위한 투자를 보다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과 관련해선 "제약산업은 외부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유동성 확보가 필요했고, 최근 2년 간은 보수적으로 운영하면서 R&D 비중을 4%대에서 관리해 왔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에베나마이드 임상으로 그 비중을 약 7%까지 확대했다"며 "이번 IPO를 통해 연구개발 투자 확대에 힘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지분 구조에도 주목한다. 현재 명인제약은 창업주인 이행명 대표와 가족들이 지분 96.21%를 소유하고 있다. 이행명 대표가 66.32%로 최대주주이며 장녀인 이자영씨(10.45%), 차녀 이선영씨(10.09%), 명인다문화장학재단(4.46%), 아내 심명숙씨(4.00%) 등이 주요주주다.
업계에서는 가족에 쏠린 이런 지분 구조 때문에 상속·증여세가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완화하려는 의도로 IPO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통상적으로 비상장주식은 증여할 때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평가되는데 상장사는 증여·상속 시점 전후 2개월의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상장 이후 주가가 저평가된 시기에 증여하면 세금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다.
공모가가 다른 제약사에 비해 보수적으로 이뤄진 점도 이런 맥락에서 언급된다. 명인제약은 비교기업(유나이티드·보령·종근당)의 EV/EBITDA(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 멀티플 7.9배를 적용해 공모가를 산정했는데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상장할 때 적용하는 평균 10~15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명인제약 관계자는 "이번 IPO 추진은 회사의 성장 전략과 투자 확대를 위한 결정일 뿐, 특정 개인의 상속·증여 이슈와는 무관하다"며 "오히려 상장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내외 신인도를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장은 이러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준이자 절차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천옥현 기자 (okh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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