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와 시도] 흐릿하지만 강렬한 기억의 형상화…‘나’를 드러낸 나만의 오로라

김현주 기자 2025. 8. 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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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박현주

- 14차례 개인전 소화 중견조각가
- 교수 임용 후엔 후학 양성 몰두
- 3년 만의 개인전서 내공 선보여

- 10년간 여러 재료로 오로라 표현
- “예술가는 자신만의 철학 가져야”

“저는 주로 말하기보다 듣는 것이 더 익숙한 사람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은 작품으로 보여주면 충분하니까요.”

박현주 작가가 부산 금샘미술관에서 열린 14번째 개인전에서 오로라를 구현한 작품 ‘LINE OF MEMORY’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작가 제공


어느 자리에서든 조용히 바라보고 듣는 것을 즐기지만, 열정과 끈기로 자신의 ‘오로라’를 완성하고 있는 작가. 부산의 중견 조각가 박현주(55)는 남들 앞에 서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작품으로 본인을 말하는 데 익숙하다. 지난 10년간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오로라의 섬광을 따라간 작가는 이제 자유롭게 그만의 오로라를 펼쳐 보이고 있다.

박현주 작가가 3년 만의 개인전 ‘순간을 기억하는 영원-AURORA’(지난 13~24일 금샘미술관)를 선보였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견 조각가이지만 부산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한동안 학교에 집중했던 그가 오랜만에 작가로 돌아왔다.

작가는 부산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부산 서울 일본 등에서 13차례 개인전을 소화하며 주목받았다. LA 아트쇼 등 국내외 다양한 전시 및 아트페어와 300회가 넘는 단체전에 참여하며 지역 중견 조각가로 자리매김 했고, 2023년 부산대 미술학과(조소 전공)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박현주 작가는 “평소 스타일과 다르게 이번 전시 소식을 두루두루 널리 알렸는데, 오프닝 때부터 많은 분께서 와주셔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14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신비로운 천문 현상 오로라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나무·FRP(플라스틱의 일종) 등 다양한 소재와 영상·사운드·빛·조각 등의 매체로 펼쳐 보였다. 밤하늘을 푸른빛으로 수놓은 신비로운 오로라뿐만 아니라 때론 담담하고 어떨 땐 포근하게 감싸안는 듯한, 작가만의 오로라를 펼쳐놓아 ‘완성형 작가’의 면모를 보여줬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오로라를 직접 보았느냐’ 인데요. 사실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고, 큰 딸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봤어요. 오로라는 많은 사람이 동경하지만 실제 본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해요. 그런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이 강한 주제로 다가왔어요.”

오로라를 표현한 SYMBOL 시리즈. 작가 제공


작가는 초창기부터 꾸준히 시간과 기억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2015년부터 오로라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도움으로 볼펜을 손에 쥐고 하얀 도화지에 흘리듯이 선을 그린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그 도화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미지는 어렴풋하지만 당시의 감정은 선명히 남은 것이 저에게는 기억이고, 그 기억이 저를 만드는 것 같아요. 또 흐릿하지만 강렬한 기억은 오로라의 섬광과도 같아요. 그래서 기억을 저의 조형 언어로 상징화·기호화할 수 있는 최적의 대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좋고 나쁜 기억이 구불구불 연결되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처럼, 섬광이 굽이굽이 이어진 오로라의 형상이 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것 같아요.”

국내외 다양한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인 그이지만 작업의 기반은 부산이었다. 주변의 영향을 받기보다 스스로에게 몰입해 연구하고 시도하며 펼쳐 보인 그는 지역에서 ‘내공 있는 작가’라고 평가받는다.

“엄마와 작가, 두 역할을 하기에도 24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집과 작업실만 오가며 버틴 시간이 오히려 온전히 몰입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3D 프린트나 영상 등 다양한 방법과 재료를 시도하며 더 완벽한 모습의 오로라를 만들고자 했던 노력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이지요.”

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그는 예술에 대한 분명한 철학도 전했다.

“예술이 유행을 좇더라도 예술가는 그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는 항상 ‘나’다운 작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고, 자신의 철학과 사유를 담은 작업을 내보여야 합니다. 어떤 방법으로 가든지 경지에 이르면 모두에게 통한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도, 계속해서 사유하며 철학을 담은 예술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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