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의 세종속살이] ‘AI 전도사’ 구윤철 부총리의 도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임할 때 얼굴에 멍이 든 것을 본 적이 있다. “웬일이냐”는 질문에 “무언가 씐 모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떤 일에 단단히 몰입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부딪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 부총리가 진행한 지난 19일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간담회에서 그 기억이 떠올랐다.

이날 브리핑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게 진행됐다. 시기적으로 보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했는데 ‘성장전략’에 방점을 둔 게 두드러졌다. 내용 또한 차이가 뚜렷했다. 구 부총리는 정책 과제나 전망 등을 늘어놓는 교과서적인 간담회 대신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역설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동안 정부가 매년 두 차례 내놓는 경제정책방향에선 민생 지원과 성장 동력을 동시에 강조해 왔는데, 이번엔 기술선도 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의 추격경제에서 설계된 모든 국가시스템을 초혁신 선도경제로 대수술해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시간이 없다” “마지막 골든타임” “도와 달라”라는 언급에선 절박함이 엿보였다.
핵심은 AI 3대 강국 도약이다. 구체적으로 기업주도 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30대 선도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기업·공공 전 부문의 AI 대전환을 위한 과제 15개, 첨단소재부품·기후에너지·미래대응 중심의 초혁신경제 과제 15개씩이다. 기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주무 부처와 기재부가 전방위 뒷받침하는 시스템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해 잠재성장률 3%의 ‘진짜 성장’을 이루겠다는 비전이다.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왼쪽부터 문신학 산업부 1차관, 한성숙 중기부 장관, 구윤철 부총리,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기재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6/dt/20250826185900555camw.jpg)
청사진을 보면 먼저 기업에서는 ‘피지컬AI 일등 국가’를 목표로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3대 강국 진입을 비롯해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완전 자율운항선박 개발, 글로벌 AI가전 시장점유율 1위, 완전 자율비행드론 개발·활용 등 7개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공공 부문에서는 AI기반 맞춤형 복지·고용서비스와 납세시스템 전면 자동화, AI신약 심사 등을 추진한다.
혁신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100조원이 넘는 가칭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자금을 각 50조원 이상씩 활용한다. AI 미래전략산업과 에너지 인프라, 관련 기술·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특히 AI 산업에 대해선 지원 규모를 별도로 할당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AI 등 분야의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경제성장전략에 AI를 집중적으로 녹여낸 것은 그 로드맵 중 하나인 셈이다. 어느 하나만 이뤄내도 대한민국 경제는 그 만큼 살찐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양질의 데이터 구축 같은 인프라는 물론 해외 인력 영입을 포함한 인재 양성, 연구·개발(R&D) 강화, 교육 등 세부 플랜을 철저히 세우고 이행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종잣돈 격인 ‘국민성장펀드’만 하더라도 관건은 막대한 재원이다. 기업에 손을 벌리거나 혈세로 충당하려는 안이한 대책 보다 정부가 앞장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세를 보여줘야 마땅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기재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6/dt/20250826185901950eywj.jpg)
구 부총리의 역할을 주목하게 된다. 공직에서 물러나 있을 당시 그는 민간의 ‘AI 전도사’를 자처했다. ‘레볼루션 코리아’, ‘AI 코리아’ 등 혁신과 AI 분야 관련 서적을 연이어 출간하며 한국 경제의 미래를 연구하고 비전을 제시해 왔다. 강연과 기고를 통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취임식을 대신한 직원과의 대화에서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강조하며 AI를 역설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성과를 낼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하다’라는 한 사무관의 질문엔 “기존의 방식으로는 굉장히 어렵다. 헌데 이 AI라는 게 굉장히 좋은 툴”이라고 명쾌하게 밝혔다.
양강을 딛고 설 AI 포메이션은 구축된 상태다. 이 대통령은 구 부총리와 함께 대통령실 AI미래기획 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발탁했다.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을 국무조정실장에 임명해 곳곳에 AI 전문가를 배치했다.
비전을 이루자면 구 부총리의 말 대로 하루 20시간 일 했다는 것 보다 1시간을 하더라도 성과를 내는 게 절실하다. 그의 몰입도와 집중력, 절박함이 견인차로 작용한다면 도전이 도전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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