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정담] 기후위기 시대, 행사 홍보 의류 제작 멈춰야

최근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안산시에서도 5월에 있었던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비롯해 이달 막을 내린 '안산 서머 페스타 2025', '안산 e스포츠 서머 페스티벌' 등 여러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축제가 잦아지면서 덩달아 관련 홍보 물품 제작도 많아졌다. 그중 행사 홍보를 위해 행사 단체복을 제작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
행사 시 단체복을 입는 것은 일체감을 주는 등 행사를 돋보이게 한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이런 옷들은 화려한 색감과 큼지막한 홍보 문구가 새겨져 있어 일상복으로 입기에는 적절치 않아 대부분 '일회용품'이 되고 만다. 일전에는 행사용 옷이 비에 젖어 염색이 번져 속옷까지 물드는 경험을 한 적도 있다. 당시 그 옷을 입었던 시민들의 피부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을지 우려스러웠다.
이번 칼럼을 통해 행사 홍보용 의류의 품질을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의 문제의식은 기후 위기 시대에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투어 단체복과 같은 소모성 홍보용품을 제작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것에 있다. 이미 패스트 패션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안산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행사 의류 양산에 일조하는 것은 기후 재난 시대에 맞지 않는 행정이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헌옷 수출'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헌옷 쓰레기산 심각한 환경문제로… 재앙" 등의 심각한 문구를 접할 수 있다. 저개발 국가에서 고맙게 생각하며 잘 입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단번에 사라지고 무거운 마음이 덮친다.
실상은 더 엄혹하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천억 벌 이상의 옷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최대 87%가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는 통계가 있다.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는 2천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성인이 2년 반 동안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이다. 합성섬유는 석유를 원료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면보다 3배 이상 많다. 세탁 시에도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해 해양생태계를 위협한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패션 산업은 전체 탄소배출량의 10%를 차지하며, 이는 항공과 해운업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파리협정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5%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 앞장서서 꼭 필요하지도 않은 의류 생산을 조장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명백히 역행하는 일이다.
헌옷 문제가 심각한 현실이 된 상황에서 "문제를 찾았다면 문제의 해결 방안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다행히도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헌옷 재활용에 대한 활동을 꾸준히 해 오고 있으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마다 조례 제정과 여러 정책들이 모색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1천 명 이상 모이는 행사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폐기물 감량 계획을 의무화하는 등의 '제로 웨이스트'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 국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서울 광화문 주변 문화예술기관 정보를 담은 디지털 리플릿을 제작, 배포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있다. 해외에서도 영국 등은 공공 기관이 유니폼, 직물 등 섬유 제품을 구매할 때 환경 영향을 고려하도록 하는 기준을 제시해 놓았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선 홍보용 옷 제작을 멈추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는 지역 내에서 의류 대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추진해 볼 만하다. 또 디지털 홍보를 확대하고, 기존에 제작된 홍보 의류들을 수거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 시키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합성섬유 옷 대신 천연 소재로 만든 홍보 제품을 제작해 행사에서 활용한 뒤, 각 가정 등에서 다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기후 위기는 바로 눈앞의 현실이다.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의 선택이 중요하다. 행사 홍보용 의류 제작 중단은 작은 변화이지만, 이러한 작은 시도들이 모이면 도시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안산이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환경친화적이면서 지속가능한 도시로서 모범을 보이길 바란다. 안산시의회 또한 시민들과 함께 그 변화의 길에 힘을 싣겠다.
박태순 안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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